증권가 ‘비트코인 금언령’ 반년째..."정부가 무섭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7.15 10:55

▲여의도 증권가 전경.


"비트코인의 ‘비’자도 못 꺼낸다. 제도권 증권사는 언급 금지다"

복수의 증권 관계자가 이렇게 언급했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곤란하다" "요새 민감해서 죄송하다" "분위기가 안 좋으니 이해해달라"며 암호화폐나 암호화폐공개(ICO)문제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사정을 알아보니 암호화폐 관련 어떠한 내용도 언론을 통해 흘러가서는 안된다는 업체 내부 방침이 있다는 것.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들이 방송에서 상품을 추천하기도 하는데, 암호화폐 관련해서 추천을 포함한 일체의 언급을 피하라는 지시가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종사자는 "금융당국이 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다. 리포트 쓰는 것도 금지된다"고 전했다. 

증권계에 이른바 ‘비트코인 금언령’이 내려진 것이 근 6개월이 됐다. 정부 태도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비트코인 선물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상장을 앞두고 투자자 모집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려다 취소했다. 금융위원회가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를 파생상품의 기초재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증권가가 입 조심을 한 것은 이때부터다. 그러다 올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발언’으로 아예 내부 방침이 됐다. 시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을 정도로 박 장관의 발언은 파장이 컸다. 당시 2만 달러에 달하던 비트코인은 1/3 수준인 6000달러로 떨어졌다. 거래량은 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이 회복을 못할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정부의 태도에 따라 얼마나 예민하게 움직이는 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정부의 정책은 시장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증권계가 암호화폐나 ICO는 물론이고 블록체인에 대한 언급도 자제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사진=AP/연합)


최근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증권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도입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를 포함한 전세계 주식거래소 상당수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장외시장 주식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은 해외송금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는 주식과 화폐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가 자산이냐 증권이냐를 두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 시카고선물옵션에서 비트코인이 거래되고, 최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권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 유독 언급을 조심하고 있다. 정부가 아직까지 암호화폐에 대한 어떠한 분류나 정의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업계가 나서 이를 언급하는 것이 마치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분류한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어 부담된다는 이유다. 

싱가폴, 홍콩이 가상화폐공개(ICO) 허브로 자리잡은 데 이어 동남아시아 시장이 ‘암호화폐 러시’를 보이는 가운데 증권가의 이 같은 분위기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증권업에서 관련연구와 세미나 등이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이 암호화폐와 ICO 시장에 발 빠르게 나서야 하는데 정부의 눈치를 보고 말도 못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 종사자는 "온 세계가 관련 상품을 만들고 수익 창출에 나서는데 우리 금융당국은 언제까지 이런 분위기를 조성할 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에너지경제신문=조아라·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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