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로드맵 논란 가열
해외감축 11% 국내 전환 등 현실 감안않고 성급히 발표
철강 "국제사회 신뢰 의문"
항공 "기존협정에 이중규제"
온실가스 감축을 두고 우리나라 산업계가 좌불안석이다. 국가 로드맵이 발표됐는데 산업계의 불만이 심상치 않다. 정부 로드맵이 구체적이지 않고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상적 로드맵에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 로드맵과 탄소배출권 할당계획이 각각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공표됐다. 속성으로 만들어진데다 정책 세밀성이 떨어지고 산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환경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이하 로드맵 수정안)’을 발표했다. 기존 해외감축분 11.3%의 상당 부분을 국내감축분으로 돌리는 것이 골자이다.
국내 감축분의 업종별 할당계획도 나왔다. ‘제2차 계획기간 배출권 할당계획안(이하 2차 할당계획안)’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2차 계획기간인 올해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총량을 17억7713만톤으로 설정했다.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정책 수립이 급하게 진행돼 혼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앞서 2016년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기본로드맵’ 작성을 주도했던 강윤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객원교수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6월까지 속성으로 만들어진 로드맵 수정안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7월 말까지 설명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단시간에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정부의 로드맵 수정안이 급하게 만들어진 배경은 지난 11일 발표된 2차 할당계획안과 연말 발표될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불만을 넘어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정책 변동성을 지적했다. 남 실장은 "산업계는 기존 해외감축분 11.3%가 어차피 국내감축분으로 돌아올 것이라 예측했고 결국 맞아떨어졌다"며 "감축 책임 주체와 방법 등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2030년까지 BAU(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이라는 우리나라 목표를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윤경선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실장은 자동차업계 부담 완화를 위해 교통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실장은 "수송부문 감축량이 500만톤 가량 늘었는데 로드맵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았는데 주요 감축 수단이 전기차 200만대 확대와 평균연비 강화에 집중됐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기차 보급은 충전 인프라 등 사회시스템 변화가 필요하고 연비개선은 이산화탄소 1g 감축에 차량 한 대당 10만원 정도 드는 비싼 감축 수단이므로 물류개선, 대중교통활성화, 차량공유 등 정책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이중규제에 노출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016년 국제 항공사 탄소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자는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2021년부터 탄소배출과 관련해 이중규제에 시달리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석탄·석유·가스 화력발전 중 탄소배출이 가장 적은데도 같은 화력발전이라는 이유로 조정계수를 동일하게 부여받는다"고 볼멘소리이다.
한편 로드맵 수정안은 3차례 설명회에서 나온 산업계, 전문가, 시민사회 의견을 반영해 7월 말 확정될 예정이다.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