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때마다 ‘미 비축유 방출’ 시나리오 등장...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7.16 13:03

실제론 카트리나·리비아 사태 등 위기때만 풀어…국내 비축량 세계 4위


여수비축기지 추가 지상탱크 전경2

▲미국의 이란 제재가 부활한 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 정부가 전시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려고 비축한 전략비축유를 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한국석유공사의 여수비축기지.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준 기자] 미국의 이란 제재가 부활한 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미국 정부가 전시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려고 준비해 둔 전략비축유(SPR)를 푸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미 언론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와 서방국들이 향후 유가의 추가 상승에 대비해 비축유를 푸는 방안에 관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외에도 미 행정부는 국제유가를 잡기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에 증산을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유국인 미국은 제1차 석유파동을 겪고 난 197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공동체(EC) 등과 국제에너지기구(IEA)를 설립해 ‘국제공동비축 사업’을 벌였다. IEA 회원국들이 석유를 비축하는 것은 석유공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IEA 회원국은 산유국인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21개국, 일본 우리나라 등 28개국이다. 이들은 지하를 뚫어 땅속 깊은 암반에 저장하거나 지상탱크를 만들어 석유를 비축한다. 대표적인 지하암반 저장시설로는 여수기지가 있다. 2015년 기준 미국이 비축한 원유는 약 20억 배럴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IEA 회원국들은 석유 비축기지에 산유국과 메이저 회사의 원유나 석유제품을 저장해 뒀다가 석유공급 위기 때 이를 시장에 풀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던 1990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중요 정유시설을 강타했던 2005년, 리비아 사태가 일어났던 2011년 비축석유를 풀어 공급안정을 꾀했다. IEA는 회원국들에 자국 소비량의 90일분을 비축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북한과의 지정학적 관계도 있어 290일분이 넘는 양을 비축하고 있다. 2015년 기준 2억600만 배럴로 IEA 회원국 중 4위 규모다 <표참조>.

◇ 석유비축 순위 (2015년 기준)
국가명 (순위) 미국 (1) 일본 (2) 독일 (3) 한국 (4)
비축량 20억 210만 배럴 5억 8960만 배럴 2억 8320만 배럴 2억 590만 배럴
비축일수 333일 172일 145일 296일


미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전략비축유 방출 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이란 핵 합의 파기로 이란 원유 금수 조치가 다시 발동되면서 국제유가가 최근 들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석유 수출국들은 지난달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 증산에 합의했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이들 산유국의 증산 여력이 하루 60만 배럴 수준에 그쳐 이란산 원유 수출이 끊어지면서 생길 공백을 모두 메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다만 미국 정부가 비축유를 푸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식통은 향후 유가가 추가로 10% 이상 오르는 사태가 닥칠 때에야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진지하게 검토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비축석유는 평상시에는 수익사업으로 활용된다. 국내 석유비축을 담당하는 석유공사는 여수, 울산, 거제, 서산 등에 대규모 비축기지를 운영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석유공급에 차질을 빚을 때 비축석유를 빌려주고 비용을 받는다. 해외 메이저 회사와 계약하기도 한다. 석유공사는 1999년 7월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인 스타토일과 석유비축 계약을 체결하는 등 올해 메이저 7개사와 2500만 배럴의 계약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산유국 중 석유를 비축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캐나다 중국 정도"라며 "중동 국가들은 석유비축을 하지 않다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등이 석유공사의 비축시설에 관심을 보이고 노하우를 전수받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석유저장 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한편 지난 1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0%(0.68달러) 오른 71.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88달러 오른 75.33달러에 마감했다. 원유 가격은 최근 다소 진정되기는 했는데 연초보다는 10% 이상 급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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