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과 한국기업이 교훈을 찾는다면 조직력이 아닐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7.18 10:51

▲배병만 산업부장(국장)



러시아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월드컵을 들어 올린 곳은 ‘아트사커’를 앞세운 프랑스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국가는 크로아티아일 듯 싶다.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는 세계 최대, 최강을 연이어 제압하고 준우승이란 쾌거를 이뤄냈다.

크로아티아의 땅 크기는 한반도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인구 400만명을 갓 넘는다. 지중해 연안의 작은 나라가 세계 축구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조직력이다. 세계적으로 특출한 스타급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크로아티아는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쳐 하나가 되는 ‘원팀’으로 무장했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탁월한 팀워크를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축구 종가’ 영국과 결승 진출을 다툰 4강전은 특히 크로아티아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조직력을 앞세운 크로아티아는 연장전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채 개인기에 의존해 조직이 헐거워진 영국 수비를 맹타했다. 선수 전체 몸값이 4040억원인 크로아티아는 두 배가 넘는 9800억원의 영국을 침몰시킨 것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조직력, 팀워크가 원동력이자 승리의 에너지가 되었던 것이다.

시계추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돌려보자. 당시 한국팀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즐비한 프랑스, 브라질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개최국인 러시아가 예선을 통과하고 강팀 스페인마저 눌렀으나 8강에 머물렀다. 한국의 ‘4강’은 길이 남은 신화의 숫자인 셈이다.

당시 쾌거를 일군 원동력 역시 한국팀의 조직력이었다.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가 없어도 선수 한 명 한 명이 ‘원팀 정신’으로 똘똘 뭉치고, 이에 결합된 집중력과 전략이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집중력 있는 조직력이 천재의 무리를 이긴 것이다.

요즘 우리 경제를 살펴보면 이런 ‘원팀 정신’이 더욱 가치있게 받아들여진다. 정책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엇박자를 내며 여기저기 파열음이 일어나고 있다. 정책은 시장을 설득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자리, 복지 정책이 그렇다. ‘강한 시장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규제·노동 개혁에 등을 돌리고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히 빚어지는 결과인지 모른다.

정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일부 기업도 너무 안타깝다.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헐거워진 조직’으로 표류하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임직원은 주말이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타도 오너’를 외친다. 현대차는 7년 연속 파업을에 들어갔다. 이들 기업에서만 강성 노조가 깃발을 치켜든 것도 아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에 따르면 세계 100대 브랜드에 삼성전자는 7위, 현대차는 75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기업으로는 유이하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비해 7계단이나 떨어졌다. 7년 연속 파업을 낳은 노사문화가 이런 결과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세계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세계경제는 전례 없는 혼돈에 빠져 들고 있다. 무엇으로 그 충격을 넘을 수 있을까. ‘하나가 되는’ 조직력과 팀워크는 그래서 중요하다. 4강 신화를 쓴 대한민국, 준우승을 한 크로아티아를 보면서 돌아봐야 할 곳은 바로 지금 한국, 그리고 우리의 경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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