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일본 집중강우 충격…대형화하는 복합재난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7.18 10:46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
유인창 교수


지난 5일부터 일본 서부지역에 집중된 강우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였다. 매년 반복되는 장마전선의 영향에 의한 단순한 비 피해처럼 보이지만 이번의 비 피해는 짧은 기간 동안에 최대 1050mm 이상의 기록적인 강우에 의한 것으로 일본 기상청도 최대 강우량 예측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침수, 도로단절, 단전 및 단수, 건물붕괴 등 재산상의 피해와 함께 인명피해도 발생하였다. 재난 대비로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방재강국 일본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비 피해가 발생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특히 사망·실종자 수가 230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이번 폭우의 원인으로는 우리나라와 일본 열도 사이를 남북 방향으로 이동하는 장마 전선이 일본 서부지역에 정체된 이후 7호 태풍 쁘라삐룬에 의해 일본 남쪽 서태평양 상에 있는 뜨겁고 습한 공기가 장마전선으로 유입되면서 많은 양의 수증기가 급격하게 증가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한 장마전선의 영향에 의한 폭우가 아니라 장마전선과 태풍이 시간과 공간상에서 서로 일치하게 되면서 상호간의 상승작용에 의해 발생한 폭우로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피해가 대규모로 증폭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연구진이 발표한 태풍의 이동속도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앞으로 이러한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폭우가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더 큰 규모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예견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연구진은 1949년부터 2016년까지 열대저기압들의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한 태풍의 이동속도가 과거와 비교해 약 20% 정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이와 같이 태풍의 이동속도가 감소하면 태풍이 머무는 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수분을 머금고 있는 태풍은 천천히 이동하면서 한 지역에 집중강우를 발생시켜 엄청난 규모의 비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아울러 연구진은 태풍의 속도가 느려지는 이유를 지구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태풍의 속도를 느리게 해 비 피해를 키운다는 연구결과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이번 일본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폭우에 의한 피해를 잘 설명해 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정도 규모의 폭우에 의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측가능하게 한다.

폭우에 의한 피해 외에도 지진발생과 화산분화로 인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강우 이전인 6월 18일에는 오사카에서 규모 5.9 지진이 발생하였으며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4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번 폭우가 내리기 직전인 6월 27일에는 일본 남부 규슈의 신모에다께 화산이 분화하였으며 일본 서부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는 동안인 7월 7일에도 오후 8시 23분 일본 도쿄 인근 지바현 남동쪽 72km 해역에서 규모 6.0 지진이 발생하였다. 강우와 지진, 화산에 의한 자연재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단일 재난이 아닌 복합적인 재난의 양상을 보이고 있고 과거에 비해 피해 규모도 점차 대형화하고 있다. 2011년 3월 15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일본 동북지역의 재해도 지진에 이어 발생한 지진해일에 의해 원전의 붕괴로 이어지는 연쇄적이며 복합적이고 피해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초대형 자연재해였다는 점에서 이번 폭우에 의한 피해와 맥락을 같이한다.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대형복합재난이 이웃나라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백두산화산의 분화가 예견되는 시점에서 지난해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들과 함께 장마전선과 태풍의 경로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연쇄적이며 대형화하는 복합재난으로부터 예외일수는 없다.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는 이제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범위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 같다. 대형화하는 복합재난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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