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부터 250$까지'…시나리오별 국제유가 전망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7.19 09:36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원유 가격이 현재보다 40% 이상 하락해 저유가 시대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부터 3배 이상 폭등한다는 최상의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유가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 원유시장은 10가지 가까운 요인의 의해 좌우되는 상황 속에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대립, 미중 간 무역전쟁,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의 산유량 급감, 리비아 내전, 유전 소유권을 두고 싸우는 수단과 남수단, 이라크와 쿠르드 내전, 캐나다 송유관 병목현상, 재고 과잉, 재고 부족, 잉여생산능력 과잉, 잉여생산능력 부족, 매장량에 대한 투자 부족, 기후변화와 투자 관련 소송, 전기차 확산 속도, 바이오연료 규제 등 유가를 움직이는 변수들은 수없이 많다. 이 목록을 정리해 어떤 변수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지를 분석하는 건 애널리스트들의 능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발언 역시 의도와는 상관없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다음은 안전한 배럴당 65∼70달러부터 유가 폭락, 250달러 폭등 등 다소 터무니없는 전망까지 최근 주요 투자자들과 은행이 제시한 유가 시나리오다. 일부는 실제 예측 가격을 포함하고 있고, 다소 현실가능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라도 시장의 일반적인 상황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 250달러: 이란 호르무즈 해협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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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원유수송량의 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국제금융센터의 블라디미르 로잔코브스키 전문가는 러시아 국영방송 RT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출이 중단되면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유가가 배럴당 160달러로 두 배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만일 한두 달 가량 해협이 폐쇄된다면, 유가가 250달러까지 폭등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폭 50km의 해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쿠웨이트, 이라크 등 산유국의 원유와 가스가 통과하는 중요한 운송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해상 운송 원유의 30%가 지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 유조선 약 14척, 1700만배럴 정도가 지나간다.

이스마일 코사리 이란 혁명수비배(IRGC) 사령관은 지난 4일 미국이 이란의 원유수출을 봉쇄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는 원유 운송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로잔코브스키 전문가는 이란이 해협을 차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차단에 나설 경우 원유시장은 큰 충격에 휩싸이며 유가가 3배 이상 폭등할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가 배럴당 250달러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로잔코브스키 혼자만의 견해는 아니다. 러시아 텔레트레이드의 아템아비노브 애널리스트 역시 RT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가 25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템아비노브는 "이슬람 혁명 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석유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이란이 만약 실제로 행동에 옮기게 되더라도 우리는 신속한 경제적, 군사적 보복을 할 것"이라고 했다.


◇ 150달러: 석유업계의 투자 부족

뉴욕에 본사를 둔 투자자문회사 샌포드 앤 번스타인은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번스타인은 이란이 아닌 석유산업의 투자 부족이 유가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의 네일 베버리지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 투자보고서를 내고 "2014년 6월부터 3년 넘게 이어진 저유가 시기를 거치며 석유기업들은 사업에 더 투자하는 대신, 주주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 결과 원유 및 가스탐사 등과 관련된 재투자비율이 3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감했다. 또, 거대 석유회사가 보유한 원유 매장량이 유지될 수 있는 시간이 2000년 이후로 30% 감소했다. 이는 2000년에는 15년에 달했으며, 매장량이 보충되지 않는다면 10년간만 지속할 수 있는 규모다.

설비투자(CAPEX)를 줄이라며 경영진을 압박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석유업계의 투자부족을 한탄하게 될 것이다. 시장에 작은 공급부족이라도 발생할 경우 유가는 폭등할 것이고, 2008년에 목격했던 배럴당 150달러를 훨씬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썼다.


◇ 100달러: 미국-이란 대립 격화

지난 주 미국의 경제매체 포브스는 아테네에 기반을 둔 선박 전문가 테오 마쏘파울로스를 인용해, 제재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 간 대립으로 아라비안 걸프만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원유공급이 ‘심각하게 붕괴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마쏘파울로스는 로잔코브스키이 제시한 이란 시나리오와 관련,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마쏘파울로스는 "시장은 위기에 쳐했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사실을 놓고도 안정된 시기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1956년 영국과 프랑스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공격했을 때처럼,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봉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이란이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는 기대와 공급붕괴 가능성이 극심한 변동을 야기하고, 이는 원유시장을 강세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브스는 중동 지역 군사적 충돌로 공급차질 물량이 늘어날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없이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자재 투자 회사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역시 이란산 원유가 실제로 봉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킬더프는 오는 11월 이란산 원유가 100% 차단되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4분기 배럴당 85∼100달러에 이르고, 최고 105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꽤 있다고 내다봤다. 브렌트유는 110∼115달러가 될 것으로 킬더프는 점쳤다.


◇ 모건스탠리 "공급 붕괴 시 85달러"


지난 주 월가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85달러로 7.5달러 상향조정했다. 은행은 이란 원유 수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예상보다 강경하게 나타남에 따라, 공급붕괴량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또, 리비아와 앙골라의 원유생산량도 빠르게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와 OPEC이 시장의 공급부족을 완전히 상쇄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 골드만삭스 "무역전쟁 공포는 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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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의 골드만삭스 부스. (사진=AFP/연합)

오랜 기간 유가 낙관론을 견지해 온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와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골드만은 배럴당 80달러 초반 선의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앞서 골드만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초반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원유시장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게 쌓여있다"며, "무역전쟁 등 이슈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원유재고 감소에 힘입어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골드만삭스는 미국산 원유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도 국제 원유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궁극적으로 미국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러시아, 중동, 서아프리카 등지로 수입처를 옮기면, 미국이 다른 구매자를 찾기 위해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이 영향이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 안정적인 65∼70달러 시나리오

▲지난 3개월 간의 국제유가 추이. (그래픽=에너지경제신문DB)


비교적 현실에 가장 가까운 안정적 시나리오도 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지난 주 올해와 내년 브렌트와 WTI 전망치를 완만하게 상향조정했다. 은행은 이란과 리비아의 공급 감소에 따라 원유시장의 수급이 점차 타이트해질 것이며, 2019년 WTI 평균가격을 배럴당 65달러로 제시했다. 바클레이스는 "캐나다 등지에서 발생하는 신규 공급차질과 이란의 공급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내년 브렌트유와 WTI 가격을 각각 배럴당 71달러, 65달러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주 투자은행 JP 모건 역시 WTI/브렌트유 전망을 바클레이스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상향조정했다. 은행은 올해와 내년 브렌트유 평균가격을 70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선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온건한 예측처럼 보이지만, 기존 전망치 대비 배럴당 10달러 올려잡은 것이다.

JP모건은 재앙적인 지정학적 사건들에 기반하는 대신, 실제적인 OPEC 회원국들의 상황에 주목했다. 은행 주식리서치팀은 투자 보고서에서 "실제 OPEC 생산량 증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회원국들의 예산 제약과 이란 제재 효과는 단기적인 유가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공급 측면에서 OPEC의 잉여 생산능력 증가와 미국 셰일의 단기순환 등이 유가에 제약을 가할 것이다. 수요 면에선 무역 전쟁,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올해와 내년 낮은 원유수요 성장세가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도 현재 유가(배럴당 70달러)를 기준으로, 배럴당 10달러 이내에서 움직일 것이라 보는 중도적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 BMI 리서치가 대표적인데, 이 기관은 브렌트유 전망을 2018년 배럴당 75달러, 2019년 80달러로 예상한다.


◇ 러시아 정부 "유가 다시 폭락"

러시아 정부는 시장 주류 의견과 결을 달리 한다. 러 국영매체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다른 모든 투자은행, 기관들과 달리 유가 붕괴를 예상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를 계속해서 상회할 경우, 유가가 붕괴되며 2014년 목격한 최악의 저유가를 다시 목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재무부 측은 "배럴당 70달러 수준의 국제유가는 장기적인 균형 수준을 웃돈다"며 "이는 또다른 가격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유가 붕괴를 예상하는 애널리스트들은 많지 않다. 트럼프 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 사우디와 러시아, 미국이 세계 원유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잉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등 하방 리스크도 있지만 상승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주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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