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를 검색엔진 시장 지배력 강화에 이용"
-구글 "소송 제기할 것" 결정 불복…미·EU 무역갈등 격화?
-구글 CEO "EU 과징금, 안드로이드 생태계 파괴할 것"
-‘소비자 스마트폰 비용증가’ 관측도…EU "구글이 경쟁기회 박탈"
▲지난 5월 24일(현지시간)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비바 테크’ 행사 장에 표시된 구글 로고 앞을 보행자가 걸어가고 있다. 비바테크는 올해로 3회째를 맞는 글로벌 스타트업 전시회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바이오헬스, 신재생에너지 전세계 미래 기술의 트랜드를 엿볼 수 있는 행사다. (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유럽연합(EU)은 18일(현지시간)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계(OS)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EU의 경쟁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43억4000만 유로(한화 5조 7167억 782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EU가 지난해 6월 구글이 온라인 검색 때 자사 및 자회사 사이트가 우선 검색되도록 했다면서 24억 유로(3조 1613억 5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능가하는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미국과 EU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 부과 이후 첨예한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EU가 미국의 거대 IT 기업에 대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함에 따라 미국과 EU 간 분쟁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EU 집행위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자사 검색엔진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매개체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글의 행위는 경쟁업체들이 혁신하고 경쟁할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구글은 유럽 소비자들이 모바일 영역에서 효과적인 경쟁을 통한 혜택을 누리는 것을 막았다"며 "이는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집행위에 따르면 유럽 및 전 세계에서 현재 사용되는 스마트 모바일 기기 가운데 약 80%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고 있다. EU는 지난 2015년 4월부터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스마트폰 운영체계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앱 스토어인 구글플레이를 사용하려면 크롬, 맵 등의 구글 앱을 깔도록 함으로써 소비자 선택을 제한했다고 보고 조사를 벌여왔다.
EU는 이날 3년여간 진행해온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구글이 구글 앱 스토어인 구글플레이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조업자에게 구글 검색 앱과 브라우저 앱 크롬을 사전에 설치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또 구글은 어떤 대규모 제조업자와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자들에 그들의 스마트폰에 사전에 독점적으로 구글 검색 앱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했다고 EU는 밝혔다. 이어 구글 앱을 사전에 설치하기를 바라는 제조업자들에게는 구글이 승인하지 않은 안드로이드의 대안 OS로 운영되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덧붙였다.
EU는 구글에 대해 향후 90일 이내에 이 같은 불법행위를 시정할 것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전 세계 일일 평균 매출의 5%까지 추가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글 측은 EU 집행위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불복을 선언했다. 구글 대변인은 "안드로이드는 모든 사람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만들어줬다"면서 "EU 집행위의 결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그것(EU 과징금)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무너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차이 CEO는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50개의 앱(app)을 스스로 깔아야 할 것이며, 미리 설치된 앱은 손쉽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차이 CEO의 반응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크롬·맵 등 구글 앱을 깔도록 함으로써 소비자 선택을 제한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EU의 결정을 반박한 것이다.
피차이는 EU의 과징금 부과로 그동안 기본 앱을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번성한 안드로이드 비즈니스 모델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 제조사나 통신사가 우리 앱을 포함하지 않으면,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며 이처럼 주장했다.
피차이 CEO는 지금까지는 구글이 기본 앱을 제공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에 어떤 비용도 물리지 않았다면서 반독점 과징금 결정이 결국 이런 오픈 생태계를 파괴하고 전매상품만 팔도록 강제하는 역효과를 낳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