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최저임금 1만원' 공약폐기, 文정부의 실패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7.23 06:30
우용태

▲재원노동법률사무소 우재원 공인노무사


지구는 둥글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고대에는 ‘지구가 평평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개기 월식을 통해 지구는 둥글다고 생각했다. 대항해시대에 이르러서는 마젤란이 세계 일주에 성공함으로써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했다. 나아가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아예 대기권 밖까지 나가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인증했다. 지금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에서 찍은 둥근 지구의 모습을 누구나 쉽게 검색해서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플랫 어서(Flat Earther)’라고 부른다. 태양이 중심인 태양계에서 지구가 행성이며,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한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다. 이들은 진지하다. 스스로 지구평면설을 증명하기 위해서 행동에 나선 사람도 있다. 독학으로 로켓 과학을 익힌 미국의 한 남성은 ‘우주 비행사들이 지구를 둥글다고 조작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로켓 만들기에 도전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리서치 플랫 어스(Research Flat Earth)’라는 단체에서 8000달러 후원을 받아 진행한 실험은 실패했다.

극단적으로는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이 있다. 이 단체는 ‘지구가 둥글다’고 가르치는 지리 교사를 포함해 약 600여명의 교사들을 대거 살해했다. 지구의 모습이 실제로 어떠한가는 우리의 삶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식이나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패러다임’이라 한다.

1962년 미국 과학철학자인 토머스 쿤이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최초로 사용한 개념이다.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과학 역시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시대마다 사람들의 사고틀이 바뀌며 한 시대를 지배하던 패러다임은 사라지고, 경쟁관계에 있던 패러다임이 새롭게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자연과학에서 출발한 패러다임이란 말은 오늘날에는 거의 모든 사회현상을 정의하는 개념으로까지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물론 하나의 패러다임이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한순간에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패러다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들은 문제점이 발견될 때마다 조금씩 새롭게 수정을 거듭한다.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사람 중심 경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경제성장을 소득 주도(수요)와 혁신(공급)이 이끌도록 하고, 경제체질은 일자리 중심·공정 경제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성장의 과실이 가계와 중소기업 등 경제 전반에 골고루 확산되기 위한 것이다. 성장에 집중해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보다 분배를 통해 분수효과를 거두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그 수단의 하나가 최저임금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2019년 최저임금 8350원으로 결정되었다. 인상율은 10.9%, 주 40시간 기준 월급은 174만5150원이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 16.4% 와 비교해보면 보면 5.5% 포인트 낮아져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2020년 1만원’ 포기를 선언하는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을 공식화한 셈이다.

최초의 최저임금은 가진 자를 위한 제도였다.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인구가 줄여들었다. 당연히 노동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높은 임금을 제한하기 위하여 귀족들은 ‘최고임금제도’를 만들게 되었다. 그 이론적인 근거로 신학을 접목하여 ‘돈은 적당하게 있어야 죄에서 벗어난다’고 했다. 이 적당한 돈의 기준을 세우기 위해서 임금의 상한과 하한을 함께 만들었다. 최저임금은 명목상 필요했으므로 금액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금액과는 무관하게 노동의 가치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 상황을 고려하여 정책실현의 수단이 조정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동 시대 사람들의 보편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즉 경제에 관한 패러다임이 바람직하게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 중심에서 가계와 중소기업이 중심이 되는 체제로 개편되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최저임금 공약의 폐기만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라고 단정 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면 성공이다. 목표 달성를 위해 더욱 보완되고 잘 수정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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