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환율 공격에 엔화·위안화↑…이번엔 G2 통화전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7.23 14:4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잇달아 중국과 유럽연합(EU)의 환율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에 이어 환율전쟁까지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EU의 환율조작 의혹 제기와 함께 약 달러를 선호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등의 가치가 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23일 오후 2시 25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42% 하락한 110.94엔을 나타내고 있다. 엔화 가치의 급등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 달러 선호 발언과 함께 일본은행(BOJ)이 오는 30~31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그동안 지속해온 양적완화 정책을 일부 정상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개장 직후 일본 10년만기 국채 금리가 6bp(1bp=0.01%포인트) 오른 0.09%로 지난 2월 2일 이후 최고점을 나타냈다.

중국 인민은행은 23일 위안화 기준치를 1달러당 6.7593위안으로 설정 고시했다. 이는 지난 20일 위안화 기준치 1달러당 6.7671위안에서 0.0078위안(0.12%) 절상한 것으로, 8거래일 만에 올랐다. 위안화 가치은 앞서 7거래일 연속 떨어지면서 2017년 7월 이래 1년 만에 저가권으로 주저앉았다.

그동안 글로벌 무역전쟁을 주도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이젠 환율전쟁으로 전선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중국과 EU가 환율을 조작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정책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중국과 EU 등이 그들의 통화가치를 조작하고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자율을 올리면서 달러화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지금 긴축정책은 우리가 해왔던 모든 것들에 피해를 준다. 미국은 불법적인 환율조작과 나쁜 무역협정으로 인해 잃은 것을 되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 및 EU의 환율 조작과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강해지면서 미국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 것이다.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은 같은 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미국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중국 위안화 약세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위안화 환율이 조작됐는지를 매우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환율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무기냐, 아니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통화 약세가 그들에게 부당한 이익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마저 대두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2차례씩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의 기준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3% 초과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 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세 가지로 정해져있다. 이 가운데 세 가지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대상국, 즉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이중 2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어 조사를 받는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인도 등 6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한편, 최근 위안화의 가파른 약세가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진단도 제기됐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 폭보다 위안화의 평가절하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며 "이에 미국은 중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강조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향후 위안화의 강세 전환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라며 "환율전쟁으로 치닫기보다는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의 위안화 약세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결과물"이라며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되면 위안화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유로존 경기가 저점을 다지고 있어 3분기 중 개선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의 약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향후 위안화의 강세 전환은 원화의 강세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아울러 보호무역 우려도 다소 완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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