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사진=A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중국의 IT 공룡 텐센트가 올 2분기 13년 만에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공산당 제재 탓에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마저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공산당의 관료주의가 세계 게임주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의 관료주의가 텐센트 등 세계 게임주의 발목을 잡았으며, 텐센트발 위기가 터키발 금융위기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텐센트는 이날 2분기 순이익이 2% 감소한 179억 위안(한화 약 2조9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순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실적 발표 후 텐센트 주가는 한때 8%까지 빠졌다가 3%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16일 오후 텐센트 주가는 다시 2% 넘게 하락하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로써 텐센트는 올들어 시가총액 1700억 달러(약 193조원)가 사라졌다.
텐센트의 어닝쇼크는 매출 40% 가량을 차지하는 게임 부문이 정부의 제재 철퇴를 맞으며 크게 고전했기 때문이다. 2분기 텐센트 스마트폰 게임 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19% 증가에 그쳤다. 68%가 늘었던 지난해에 비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것이다.
WSJ는 텐센트가 중국 정부발 정치리스크에 휩싸여 실적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CNN도 중국 관영언론들이 지난해부터 젊은층의 게임중독 문제를 들며 게임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보도했다며 텐센트의 게임 사업이 향후 더 큰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게임이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유로 강력한 제재를 내리고 있다. 게임 자체를 전면 금지할 가능성까지 나온다.
텐센트가 사전예약자만 100만 명을 모은 게임 ‘몬스터헌터’도 이러한 이유로 출시 일주일 만에 접속이 차단됐다. 텐센트의 스마트폰 게임 ‘배틀 그라운드(PUBG)’도 유료 아이템 추가를 위해 정부에 승인신청을 냈지만,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이용자 증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마저 당국으로부터 사이버보안법을 근거로 제재를 받고 있다. 위챗에서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위가 벌어지고 가짜뉴스가 퍼진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는 위챗에서 채팅그룹을 늘릴 때 허가를 받도록 했고, 채팅방 당 인원은 500명을 넘지 못하게 했다.
사용자들은 정부가 위챗 내용을 들여다본다며 민감한 대화는 자제하는 추세이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위챗 사용자 수도 10억5770만 명으로 1분기 대비 소폭 증가에 그쳤다.
WSJ는 이러한 정부의 각종 제재로 텐센트의 핵심 사업이 성장을 멈추면서 투자자들이 터키발 금융위기보다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MSCI 신흥국지수에서 텐센트는 가장 큰 비중(4.84%)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텐센트 지분 31%를 갖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디어 업체 나스퍼스도 이 지수에 포함돼 있어 텐센트가 휘청이면 지수 자체가 크게 흔들린다.
이날 텐센트의 실적 발표 후 나스퍼스는 주가가 10% 넘게 급락하며 10여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고, 이날 MSCI 신흥국지수도 2%의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MSCI신흥국지수의 2% 하락은 지난 10일 터키 리라화 폭락 당시의 하락폭보다 더 크다"면서 "텐센트에서 시작된 위험이 미국 기술주에까지 확산될 수 있어 투자자들은 터키가 아니라 텐센트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