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우의 눈]해양진흥공사, 화물 적취율 높일 방안이 묘연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8.21 15:04
기자의 눈

▲송진우 산업부 기자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했고 선박 발주했으니 할 일 다 했다.’ 요즘 살짝 이런 느낌이다."

한진해운 사태가 발발하기 이전부터 해운사에 몸 담고 있던 업계 한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올해 초 정부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조성됐던 ‘해운재건’에 대한 업계 분위기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해운재건 의지를 피력하고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천명, 대규모 선박 발주와 함께 중소선사에 금융 지원을 추진 중이지만 정작 화물 적취율을 높일 묘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적취율이란 국내 화주가 국내 선사에 화물을 맡기는 비율로, 해운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위해 갖춰야 할 필요조건 중 하나다. 현재 국내 컨테이너 선사들의 자국 화물 적취율은 30% 정도로, 일본에 비해 30%p 이상 낮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한 적취율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앞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진해운 파산 사태 이후 35% 수준까지 떨어진 수출입 화물에 대한 국적선사 적취율을 단기적으로 10%p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원인도 여기에 있다.

해수부에서는 적취율 높일 방안을 강구하라는 취지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이 용역은 애초 8월 중순까지 연구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이유에선지 결과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졌고, 현재 진행 상황조차 묘연하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흐지부지’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화물확보 부문에서 정부가 도울 수 있는 한계점이 명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취율 문제는 시장경제 논리에 근거해 선사와 하주 간 성사돼야 할 사안이라는 것. 그는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에서 어느 특정 국가가 개입하거나 지원할 만한 부분이 있을지, 설사 있다 해도 실효성이 담보될지 의문"이라면서 "판매 일선에 있는 영업사원이라면 화물 적취율을 높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경제 논리, 물론 중요하다. 근간을 어기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제소당할 소지도 있다. 지난 6월 일본은 위기에 빠진 조선업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우리 정부의 노력을 ‘부당 보조금 지원’으로 명명하고 WTO 제소를 추진키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해운사는 바란다. 공사에서 산업 간 협력(화물적취율 제고·선박수요 공유)에 힘쓰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결과물이 시급이 도출되기를. "WTO 문제로 딴지를 걸면 한도 끝도 없다. 어떻게든 대책을 만들라는 취지로 출범한 것이 해양진흥공사 아니냐." 해운업계 관계자의 목소리이자 푸념이다. 오늘도 이들의 오매불망 기다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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