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부동산 시장 조정기는 온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9.11 14:59
김학렬 소장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


[칼럼=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연구소장] 서울지역 본격적인 아파트 역사를 약 40년이라고 보았을 때, 아파트 시세가 평당 1000만 원 넘기까지는 약 20년이 소요되었다. 1975년 강남구 탄생 시부터 이미 시세가 높을 것 같은 강남도 2000년대 들어서야 평균 시세가 평당 1000만 원이 되었을 뿐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IMF 직후 강남권 아파트 시세가 크게 하락했을 때가 강남에 진입할 수 있었던 최적의 타이밍이었던 것이다.

서울 아파트 시세가 평당 1000만 원이 넘어 2000만 원이 되기까지는 그 전 단계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2004년 전후 2000만 원이 넘는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평당 2000만 원이 넘어서 평당 3000만 원을 돌파하는 데에는 더 짧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2006년부터 강남구의 평균 시세가 3000만 원이 넘었다.

투기과열지구가 포함된 대구 시세를 살펴 보자. 현재 대구 부동산 시장은 미미한 상승을 하고 있는 시기다. 대구는 2015년을 고점으로 2016년 짧은 조정기를 경험했다. 그 조정기간을 통해 대구도 양적인 시장에서 질적인 수요 시장으로 돌입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대구광역시와 인접한 경상북도는 2015년 대세 상승기 이후 전국 지자체에서 가장 심하게 조정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수성구를 포함하여 대구의 다른 구 지역들도 시세가 오르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상북도 지역 부동산 시장은 조정 중이다.

이 지역들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지역이었다. 3년 전까지 대구는 수도권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던 대전광역시의 시세를 역전하고, 광역시의 대장지역인 부산의 시세까지 역전을 한 광역시 최고 시세의 도시였었다. 그렇게 5년을 쉬지 않고 상승하고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2016년 시장에서 자율 조정을 받았던 것이다.

서울 부동산 역사를 따져보면 조정을 받게 되는 타이밍이 평당 1000만 원대, 2000만 원대, 그리고 3000만 원대였다. 수성구는 현재 2000만 원대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고, 수성구 이외 지역은 1000만 원대에서 조정을 받았던 것이다.

수성구의 입지 프리미엄과 수성구를 희망 하는 수요의 양을 감안하면 수성구는 2000만 원대에서 멈출 지역이 아니다. 많은 수성구 수요층들이 이미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곧 하락을 할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맞다. 많이 올랐다. 수성구는 지역 내 최고가 아파트가 평당 2000만 원대인데, 수성구 내 있는 아파트 대부분이 평당 2000만 원 전후다. 지역 내 최고가 아파트와 그외 아파트의 갭이 크지 않다. 이런 조건이면 한동안은 시세가 오를 수 없다. 지역 최고가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던지, 일반 아파트 시세가 하락해야 한다.

1000만 원을 돌파한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 지역의 선두 아파트 시세가 더 오르거나 일반 아파트 시세가 빠져야 부동산 시세가 다시 상승할 것이다.

투자 수요만 너무 많을 때는 적정 가격을 알 수 없다. 투자 수요가 빠지고 나서야 실거주 수요로 형성된 시세가 더 많아야 적정 시세를 알 수 있다.

현재 대구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 수요가 2016년 이전 대비 많이 빠지고 있다. 적정 시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타이밍이 된 것이다. 적정 시세를 따질 때에는 대구 자체 시장에서는 벤치마킹할 수 없다. 1000만 원대 시장, 2000만 원대 시장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부동산을 보고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 평당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갈 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평당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갈 때는 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이다.

평당 1000만 원 이하 시장에서는 Key Buying Factor(교통, 교육, 상권, 환경)를 크게 따지지 않는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시장, 즉 양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0만 원이 넘어간 지역부터는 교통, 교육, 상권의 질적인 상태를 따져야 한다. 이런 기반 시설이 갖추어져야 1000만 원대 아파트가 되는 것이다. 입지에 대한 기대가 1000만 원 이하 시장과는 다른 것이다.

2000만 원 대 아파트부터는 양질의 조건을 추가해야 한다. 환경 적인 요소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주변 환경도 좋아야 하고, 단지 내 환경도 좋아야 한다. 입지와 상품에 대한 기대 수준이 1000만 원 대와는 또 다른 것이다. 강남이 1000만 원대에서 2000만 원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상품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전 아파트와는 마감재도 다르고, 조경도 다르다. 이것은 서울 뿐 아니라 부산이나 대전이나 대구나 인천이나 평당 2000만 원을 경험한 지역에서는 어디나 적용이 된다.

수성구가 2000만 원 시장이 된 것은 수성구가 아닌 지역과 상품적인 수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또 어떤 조건이 추가적으로 필요할까? 프리미엄이 필요하다. 다른 지역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프리미엄이 있어야 한다. 그 프리미엄은 서울 강남이라는 시장에서 벤치마킹하면 된다.

수성구가 2000만 원을 넘어서 3000만 원으로 갈 수 있을까? 중간에 조정을 받겠지만 틀림없이 3000만 원 시장으로 갈 것이다. 수성구는 수성구를 제외한 다른 지역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프리이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환경은 대한민국 최고 위상을 가지고 있다. 교통이 가장 편리하다.

양질의 일자리가 가까이 있다. 선호하는 상권도 잘 형성이 되어 있다.

물론 서울 강남처럼 단기간에 3000만 원을 돌파할 수는 없다. 서울도 10년이 걸린 변화를 대구는 5년 만에 이루어 내었기 때문에 조금의 조정이 필요하다. 강남도 1997년과 2007년 두번에 조정을 겪고 나서야 질적인 수요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과열되었던 투자 수요가 빠지고 있다. 이제 시장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지금부터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를 하기 좋은 시장이 되었다. 과연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갈 수 있는 입지와 아파트 상품은 무엇인지,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갈 수 있는 지역과 상품은 무엇인지 따져 보기 좋은 시기이다.

물론 시세가 하락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조정받는 시기가 더 고마울 수 있다. 입지 공부, 상품 공부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조정기다. 서울의 조정시장을 그래서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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