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0년’ 더 큰 위기 직면한 車·조선 업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9.13 16:21

車· 조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시 우리경제 효자 역할
무역전쟁·업황부진에 2018년 상황 반전
'고임금·저효율' 노사갈등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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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사진=한국지엠)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줬던 자동차·조선 업계가 10년이 지난 현재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에 따른 무역전쟁, 신흥국 경기 불안과 경쟁 심화, 업황 부진에 따른 일감 부족과 고착화된 고임금 저효율 구조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함부로 처방전을 쓰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난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는 세계로 뻗어나갔다. 후폭풍은 금융권은 물론 전 산업군으로 번졌다. 미국 자동차 ‘빅3’ 였던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을 정도다. 한국도 사정권이었다. 2000선을 건드렸던 코스피 지수는 반토막 났고, ‘키코(KIKO) 사태’ 등의 여파로 많은 기업들이 줄도산했다.

우리나라는 당시 상대적으로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자동차·조선 산업의 역할이 컸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조선은 2010년대 들어 수출을 빠르게 늘려가며 고속 성장했다. 자동차 역시 2010년대를 기점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으며 전성기를 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만 10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당시 우리 경제의 효자 역할을 하던 자동차·조선이 어려운 영업 환경에 놓인 것이다. 더욱 심각한 쪽은 조선 업계다. 업황 부진으로 일감 자체가 없다. 일이 없으니 영업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간다. 선박 수출액은 급감했다.

이미 수년째 이어온 상황이지만 제때 구조조정을 하지도 못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유지를 위해 수조 원을 쏟고 파산 위기에 놓인 성동·STX 조선 등을 살려준 정치권의 실책이 원인이다. 시장에 개입하면서 시장 논리를 무시했으니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업은 어느덧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전락했다.

이 와중에 노사 갈등도 심각하다.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최근 노조 측에 해양사업부 근로자 1200여명의 무급 휴직을 제안했다. 이 회사는 45개월 연속 해양플랜트 수주를 못 하고 있다. 노조는 유급휴직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마찬가지로 일거리가 없는 삼성중공업은 임단협 협상에 출구가 안 보인다. 삼성중공업 노조는 아무리 일이 없어도 돈은 받아야 한다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수조 원의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도 임금을 더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직면했다.

자동차 업계의 처지도 비슷하다. 몇 년 전까지 쾌속 질주를 거듭했지만 경쟁 심화 등 때문에 영업환경이 예전 같지 않다. 대표 기업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신흥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빛을 봤는데, 최근 미국발 무역전쟁에 따른 신흥국 경기 침체 탓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사드 보복’ 사태로 판매가 급감한 것도 불안요소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 631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7.1% 줄어든 수치다.

올해 초에는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가 결정되며 시끄러웠다. GM을 모회사로 둔 한국지엠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와 수출 감소로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그럼에도 군산공장의 문을 닫는 것은 막지 못했고, 지역 경제는 파탄 위기에 놓였다.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 특성상 후폭풍은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완성차 공장이 문을 닫으면 부품 업체가 도산하게 된다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식 밖 행보 탓에 해외에 나가 있는 부품 업체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조선 업종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고임금 저효율’ 구조다. 계속되는 노사 갈등 탓에 기본급은 급격하게 올랐지만, 효율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이 문을 닫을 뻔 했던 가장 큰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의 창립 이후 31년간 4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의 파업으로 현대차가 본 매출 손해액은 12조 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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