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서울국제경쟁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택시서비스 ‘우버’는 출퇴근 시간 등 수요에 따라 가변적인 요금을 산정한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공유경제’를 적용한 사례다. 하지만 2016년 3월 미국 뉴욕연방지방법원은 우버가 기사들에게 제공한 가격 결정 알고리즘이 묵시적 담합을 조장했다고 판시했다.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우버’의 담합 논란을 사례로 들며 "급변하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경쟁당국의 입장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담합에 대한 민간의 사적 집행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4차 산업 혁명 육성 정책 필요하지만 부작용 막기 위해 규제 불가피"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제 10회 서울국제경쟁포럼’을 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당국이 직면한 과제들에 대해 서로의 생각과 이해를 공유해 향후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정립하고자 하는 취지다.
이날 김상조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미래 인류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육성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4차 산업혁명의 잠재력과 순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혁신 경쟁의 장을 조성하는 경쟁당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보지배력을 통한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먼저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시장 전체를 독점하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원칙이 지배하게 된다"고 우려하며 "효용과 폐해 사이에서 경쟁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적정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진 첫 번째 세션 ‘디지털 경제에서 빅데이터의 역할 및 경쟁제한성’ 토론에 참여한 일본 공정취인위원회의 사다키 스와조노 부 사무총장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승자독식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일본에서는 후발주자 ‘라인’이 ‘페이스북’을 제쳤다"라며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도 얼마든지 신규업체가 기존 업체를 초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메신저 앱을 서비스하는 ‘라인’은 네이버의 자회사다.
그는 공정위의 공격적인 ‘규제’와 관련,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공정위가 네이버에 대해 한두 번 정도 처벌을 했고, 최근 네이버에 대해 새로운 조사를 시작했다고 들었다"라며 "한국 공정위가 네이버에 대해 공격적인 모니터링과 법 집행을 한 덕분인지 일본 소비자들은 이에 ‘무임승차’해 아주 만족스러운 라인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 "행정 처분 줄이고 민사 소송 늘려야…과징금 상한선 20%로도 모자라"
김상조 위원장은 이날 포럼에서 ‘경쟁법 집행 관련 민사적 수단의 필요성 및 효율성’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에 좌장으로 참여했다.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에서는 담합과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의 사적 집행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공정위의 공적 집행만이 담합의 주요 제재 수단으로 사용되다보니, 너무 많은 사건이 공정위에 오면서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에 대한 불신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사적 집행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로 "소송 비용에 비해 효용이 적기 때문"이라며 "사적 집행을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 공정위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도입하는 개정안을 냈고,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담합을 통해 거둔 매출액의 상한선을 기존 10%에서 20%로 올리기로 했지만 이것도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공적집행은 완벽하지도, 충분하지도 않기 때문에 민간의 집단 소송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법 체계에 대한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포럼의 축사를 맡은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은 "얼마 전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대해 국회가 합리적이고 심도 있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미국(FTC·DOJ),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등 전 세계 경쟁당국 고위급 인사들과 국제기구(OECD), 학계, 법조계, 정보통신기술(IT) 업계 등에서 경쟁법 권위자들이 대거 참석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