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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거품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국내외 기관들이 서울과 해외 주요도시들의 집값 비교분석 결과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내 집값을 해외와 비교할 때 주로 사용되는 지표가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이다. PIR는 주택가격을 가구당 연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연 소득을 모두 모을 경우 주택을 사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예를 들어 PIR가 10이면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을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집값이 뉴욕, 도쿄 등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 집값 수준이 상당히 높아 버블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그다지 높은 수준은 아니어서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영식 연구위원이 등이 지난 5월 발표한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작년 3/4분기 기준 서울의 PIR는 11.2였다. 
홍콩(19.4), 베이징(17.1), 상하이(16.4), 시드니(12.9), 밴쿠버(12.6)보다 낮지만, 런던(8.5), 뉴욕(5.7), 도쿄(4.8)보다 높은 수치다.

보고서는 "서울의 PIR는 홍콩,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과 함께 다른 국가 대도시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의 GDP 대비 가계신용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전국 차원에서의 부동산 버블 위험성은 낮으나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의 버블 위험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출처=KIEP의 '글로벌 부동산 버블 위험 진단 및 영향 분석' 보고서]


문제는 각 기관이나 연구자들이 산출한 PIR 수치가 제각각이어서 이를 기반으로 상반된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세계 도시·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의 PIR 통계도 언론이나 업계에서 종종 인용되는데 KIEP 보고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사이트는 전 세계 사용자들이 직접 입력한 자료를 기반으로 통계를 작성하는데, 지난해 서울의 PIR는 17.82로 257개 도시 가운데 33위였다.

서울의 PIR가 KIEP의 분석보다 훨씬 높았지만, KIEP 보고서에서 서울보다 수치가 낮았던 런던(27.80), 싱가포르(21.63), 도쿄(19.88) 등이 서울보다 상위에 랭크돼 있다.

넘베오의 2017년 세계 도시 PIR 통계


일부 전문가들은 이 통계를 근거로 서울의 집값이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 과도한 수준은 아니며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기관들이 발표하는 국내 PIR 수치에도 차이가 있다.

작년 서울의 PIR를 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2017 주거실태조사'에서는 8.8, 한국주택금융공사 통계에서는 7.92로 집계됐으며, KB국민은행 월별 집계에서는 10.5~11.5 수준이었다.

이처럼 PIR 수치가 제각각인 이유는 이를 산정하는 방식이 기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PIR 계산 방식은 개념상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를 표본으로 가구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을 산출한 뒤 표본의 중윗값(수치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값)을 택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대상 지역 주택가격 대표 값과 가구당 연 소득 대표 값을 산출한 뒤 그 비율을 계산하는 방식인데, 대표 값에 어떤 수치를 넣느냐에 따라 PIR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우선 주택가격과 연소득 평균값을 대입할 수도 있고, 중윗값을 대입할 수도 있다. 주택가격이나 소득의 분포가 비대칭적일 경우 중윗값이 아닌 평균값을 이용하면 고가주택 혹은 고소득층의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다양한 소득 지표 중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수치가 달라지는 구조다. 국가가 아닌 특정 도시의 PIR를 산출할 경우에는 전국의 가구당 연 소득을 쓰느냐 해당 지역의 연 소득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가령 서울 PIR를 계산할 때 서울지역 연소득을 분모로 사용하면 전국 연소득을 쓸 때에 비해 PIR가 낮아지게 되는데, 지역별로 세분된 가구소득 정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집값 또한 시세를 기준으로 하느냐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느냐, 전체 주택을 기준으로 하느냐 아파트를 기준으로 하느냐 등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시세에 기반을 둔 가격 정보가 주로 이용되지만, 해외에서는 실거래가에 기반한 지표가 주로 이용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등이 작성한 'PIR 산정방식 및 그 수준에 대한 국제비교'(2012, 이창무·김현아·조만 공저) 보고서를 보면 다양한 방식으로 서울의 PIR(2010년 기준)를 산출한 결과, 9.0에서 17.6까지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국가 간 PIR를 비교할 경우 자료 수집의 한계상 동일한 산정방식과 기준을 적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오류가 발생하기 쉬워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KIEP 보고서의 경우 미국의 민간기관 데모그라피아, KB국민은행, IMF 등의 통계를 바탕으로 도시별 PIR를 산출했는데 "데이터의 한계로 한국은 주택가격으로 평균치를, 가구당 연 소득으로 소득 5분위 중 3분위 평균을 각각 사용했고, 중국은 모두 평균값을 사용했지만, 나머지 도시들은 모두 중윗값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6년 기준이지만 나머지 도시는 2017년 3/4분기를 기준으로 했다는 점에서 시점의 차이도 있다.

넘베오의 경우 사이트 방문자들이 직접 입력한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데다 PIR를 산정하는 방식도 통용되는 방식들과는 차이가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넘베오는 가구당 소득은 1인당 평균 실질급여의 1.5배(여성의 경제활동 비율 감안), 주택 규모 중간값은 90㎡(약 27평), ㎡당 가격은 도심과 그 주변부 주택의 ㎡당 평균가격을 적용해 PIR를 산출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창무 교수는 "이런 방식으로 PIR를 계산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학계 시각에서 볼 때 한계가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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