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북한, 미국 소셜미디어·첨단기술 활용해 외화벌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9.15 10:56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북한 공작원들이 미국의 소셜미디어(SNS)와 첨단기술을 활용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북한은 SNS로 신분을 위장하고 미국의 구직 사이트들과 메신저, 인터넷 결제서비스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취재의 실마리가 된 것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사건이다.

WSJ은 당시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됐다가 추방된 한 북한 요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기에서 그가 중국 선양(瀋陽)에 근거를 둔 한 IT 기업인과 북한을 위한 영리사업에 관해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 방언에서만 쓰이는 단어를 사용했다.

WSJ은 북한이 이처럼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으로 거둔 총 수익은 수백만 달러(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선양에서 활동하는 이 기업인의 이름은 ‘리광원’으로 김정남 암살사건 공범의 전자기기들에서 그의 중국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발견됐다.

보도에 따르면 리광원은 김정남 암살사건 공범과 한 미국 기업으로부터 의료영상 소프트웨어를 해킹해 다른 나라 병원에 파는 계획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 작전이 실제 착수되지는 않았다.

리광원 일당의 범행 수법은 SNS상의 가짜 신분을 만들고 구직 사이트를 통해 외부 프로그래머들을 고용,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업무를 맡긴 후 임금을 떼어먹는 식이다. 실제 WSJ이 리광원의 이메일 주소로 검색한 결과 온라인에 50개 이상의 가짜 소셜미디어 프로필과 웹사이트가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계 중국인인 첸둥광은 WSJ 인터뷰에서 2016년 리광원과 만나 "북한의 의료영상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한 회사를 세우는 데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신분을 몰래 도용해 온라인상의 가짜 신분을 만들어 프로그래머 모집에 사용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한 파키스탄 프로그래머는 미국의 기업용 메신저 ‘슬랙’을 통해 이 회사 공동 창업자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면접을 한 뒤 월 3500달러(약 390만원)를 받는 조건으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맡았지만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이에 프로그래머는 진짜 ‘SQ 테크놀로지’에 항의 이메일을 보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회사는 가짜 회사를 미 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6일 북한 해커 1명을 처음으로 기소하고, 13일 북한의 IT 노동자 국외 송출과 관련해 북한인 1명과 중국·러시아 기업 2곳을 독자 제재하는 등 북한의 불법적인 IT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나유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