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회사원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9.17 11:25
KakaoTalk_20180905_212319802

▲이정협 팀터바인 팀장.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모든 회사원은 전문가다. 회계팀 이대리는 어떤 복잡한 회계 처리 과정에서도 깔끔한 숫자 처리를 할 것이고, 법무팀 박과장은 조직이 처한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방법을 만들 것이다. 홍보팀 김대리는 조직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길을 알고 있다. 이런 인재들이 모여 기업이라는 조직을 만들고 집단 지성을 기반으로 해외 무대에 나가서도 위세를 떨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다.

이러한 인재가 매우 결핍한 조직이 있다. 초기 벤처기업인 ‘스타트업’이다. 보통의 경우 스타트업은 비즈니스와 기술 그리고 디자인이 만나 시작한다고들 한다. 즉, 비즈니스를 이끄는 대표와 기술 또는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와 기획자 그리고 디자이너가 모여 스타트업을 만든다. 변변한 자금도 없이 초기단계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기에 급급한 스타트업에게는 회계팀 이대리도 법무팀 박과장도 홍보팀 김대리가 있을 리 없다.

스타트업에게 발생하는 자잘한 경영상의 이슈는 때때로 넘기 어려운 큰 산이 되어 다가온다. 이 경우 대표와 팀원들이 달려들어 포탈사이트 등을 검색해 방법을 모색하거나, 그래도 안되면 ‘사무소’로 일컬어지는 전문 기관에 의뢰한다. 전자의 경우 시간이 많이 들고, 후자의 겨우 돈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런 이슈들이 지속 발생하게 되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이다.

‘카카오’, ‘우아한형제들’과 같이 멋지게 성장해 한국에서의 실리콘밸리 신화를 쓰듯 멋지게 날아오른 스타트업은 사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화려한 수면 밑으로 내려가면 매일매일 다양한 일에 허덕이며 근성과 끈기로 사업을 이끄는 스타트업이 수두룩하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다시 시작된 창업 열풍이 불던 2011년이 필자가 기업에 입사한 시기다. 또래 지인들 중에는 필자처럼 기업에 취업하지 않고 창업을 해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들도 있어 우연치 않은 계기로 허덕이는 스타트업에 손을 내밀어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한 조언을 했다. 결과는 이들의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내가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 부분에서 곧 문제가 발생했다. 주변에 이 부분에 대한 조언과 실무를 알려 줄 수 있는 이들을 찾아 도왔다. 비록 아무런 보상은 없었지만 열정 넘치는 스타트업이 기반을 다지는 일에 삽을 한번이라도 같이 잡고 들어줬다는 보람이 있었다.

이렇게 지금까지 도운 스타트업이 50여개에 이른다. 물론 깊지는 않겠지만 뷰티, 패션, 유통, 분식, 블록체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서비스, 와인 등을 비롯해 심지어 산양산삼을 아이템으로 하는 산업에 대한 부분적 지식과 이들의 생태계를 엿볼 수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과 같이 미래를 본다면 수많은 스타트업들과의 연결점을 찾을 수 없겠지만, 돌이켜 본다면 분명 이러한 점들이 연결될 것임이 분명하다.

한 예로 필자와 함께 스타트업을 위한 재능기부를 하던 이가 최근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와 마스크팩을 만드는 코스메틱 스타트업을 만들고 대표가 됐다. 이 대표가 걸어온 지금까지의 짧은 창업기를 보면 그간 재능기부로 도왔던 소재 스타트업을 통해 마스크팩의 원료를 개발하고, 물류 스타트업을 통해 해외 물류를 어려움 없이 진행하고, 상사 출신 패션 스타트업 대표로부터 해외 MOU 체결 노하우를 배우고, 함께 스타트업 육성을 도왔던 액셀러레이터로부터 시작도 하기 전에 투자 제안을 받고 벤처캐피탈로부터 도움을 받아 시작부터 해외에 진출했다.

무언가를 바라고 하진 않았지만 덕을 먼저 쌓아 놨으니 덕이 돌아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필자는 이렇게 덕을 쌓는 것을 농담삼아 ‘덕질’이라고 부른다. 한번만 둘러보면 주변에 손길을 내밀어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활용해 도울 수 있는 스타트업이 많다. 이들에게 따뜻한 ‘덕질’ 한번 해보심이 어떠할까?


팀터바인 이정협 팀장.

에너지경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