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동병상련···‘지배구조 개편 숙제’ 연내 풀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09.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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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경영 활동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공통 과제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 지배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결단’이 필요하지만 공정거래법 등 규제가 워낙 촘촘한 탓에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기·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를 두고 글로벌 기업 간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자칫 재계 1·2위 그룹의 실질적 리더들이 본업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현재의 불안정한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은 크게 이 부회장-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가 이어지는 출자 구조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생명이 다른 주요 계열사들을 거느린 모습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완전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등을 이용해 삼성전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건희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산해도 지분율이 19.77%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서도 삼성물산이 4.65%, 삼성생명이 8.24%를 들고 있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보험업법 개정으로 조만간 내다 팔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사버리면 1차적인 해결책이 되지만, 그만한 여력이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사옥 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최근 1조 원 규모의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이 무산되는 등 그 작업이 순탄치는 않아 보인다. 설사 돈을 모아 삼성전자 1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공정거래법이라는 암초를 만나게 된다. 공정거래법은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회사 총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대주주로 43.44%의 지분을 들고 있어 이 기준에 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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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부회장의 처지도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4월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그룹을 ‘지배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시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부담이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타깃이 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크게 줄었다.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규제가 기존 총수 지분 30% 이상일 경우에서 20%로 낮아진 게 골자다. 기존 안대로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만,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관련 발표가 임박했다는 점을 눈치 채고 실현 불가능한 제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과 현대차 모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단칼에 해결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한 해법을 빠른 시일 내에 내놓기 위해서는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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