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이아경 기자] 올해 들어 공모주들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상장 이후 내리막길을 걷는 새내기주도 적지 않다. 특히 지나친 수요예측 경쟁에 공모가가 높게 책정된 기업들이 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기 보단 개별 기업의 가치를 꼼꼼히 잘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상장 이후 충분한 가격조정을 겪은 종목 중 성장 동력이 있다면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된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공모주 46개(스팩 상장 포함)를 분석한 결과 17일 현재 공모가보다 주가가 낮은 기업은 13개로 집계됐다. 전체 공모주들의 지난 14일까지의 평균 수익률은 39.1%로 집계됐다.
올해 공모주 수익률 1위는 현대사료다. 현대사료는 지난해 실적 악화를 고려해 올해 IPO기업 중 가장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희망 공모가를 책정했다. 여기에 비료업체들이 남북경협 테마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14일까지 공모가 대비 등락률은 282.58% 에 달했다.
비료와 농약, 살균·살충제 등을 만드는 대유도 공모가 9000원에서 지난 14일 13만3400원까지 오르며 271.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유의 공모 희망가는 8900∼1만원이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카페24와 철도차량, 기계 등을 생산하는 에코마이스터도 공모가 대비 모두 177%씩 상승했다. 카페24는 공모가 상단이 책정됐으나, 에코마이스터는 희망가 하단 6000원보다 낮은 5200원에 공모가를 정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애경산업이 공모가를 밴드 하단인 2만9100원으로 정했고, 현재 7만3100원까지 오르는 등 151% 상승했다.
반면 가장 하락폭이 큰 종목은 아이큐어다. 공모가 대비 하락률은 31.5%에 달한다. 아이큐어의 공모가는 6만5000원으로 희망 밴드 상단인 5만5000원보다 1만원 높았다.
SV인베스트먼트(-24.9%), 파워넷(-17.1%), 오스테오닉(-16.1%)도 내리막을 걷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티웨이항공이 공모가 대비 17.4% 떨어졌다.
이들 기업은 공모가가 희망 밴드보다 대체로 높게 설정됐다. SV인베스트먼트도 상단 6300원을 넘어선 7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으며, 파워넷은 밴드 최상단인 6500원, 오스테오닉은 상단보다 200원 높은 6500원에 결정됐다.
링크제니시스의 경우 공모가 3만원 대비 지난 14일 종가는 9050원으로 70% 하락한 수준이나, 지난 2월 결정한 주당 4.09주의 무상증자를 감안하면 실제 수익률은 23.4%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 속에 증시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인데다, 특히 상반기에는 코스닥벤처펀드 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몰리면서 과도한 수요예측 경쟁으로 공모가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 김동하 연구원은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이거나, 그보다 낮은 종목들은 수익률이 양호했지만, 공모가가 희망밴드를 상회했던 종목들은 수익률이 확연하게 부진했다"며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의 영향도 있지만 코스닥 벤처펀드로 인한 초과수요로 공모가 상승 및 높은 초기 수익률이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작용한 바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반기 들어 공모주에 대한 코스닥벤처펀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되면서 공모가 고평가 논란은 차츰 가라앉고 있다고 평가된다. SK증권 이지훈 연구원은 "코스닥벤처펀드의 자금 유입 둔화로 수요예측 단계서부터 희망 공모가 밴드를 하회하거나 하단에 형성되는 기업들이 한 두 곳씩 나타나더니 청약 경쟁률 또한 아쉬운 결과를 기록하기 시작했다"며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생각되지만, 신규 상장 이후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적극적인 기업공개 시장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반복해야 하는 이야기지만, 개별 기업 하나하나의 가치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