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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조아라 기자] 한국이 암호화폐공개(ICO) 국외유출 위험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ICO가 전면금지된 가운데 막대한 비용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블록체인 산업의 고용 파급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ICO 모금액 중 93%가 해외에서 진행됐다. 이에 따른 한국의 ICO 국내 가치창출 지수는 7.1로 47개국 중 최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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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 따르면 한국 국적 기업(A) ICO 모금액은 5억 4430만 달러(한화 약 6200억 원)다. 이중 국내에서 ICO를 진행한 업체(B)의 모금액은 3890만 달러(한화 442억 원)에 불과하다. B를 A로 나눈 값인 7.1(0.071)이 ICO 국외유출 지수다.
조사는 10건 이상의 ICO가 진행됐거나 해당 국적의 ICO가 10개 이상인 국가를 대상으로 했다. 47개 국가는 ▲ICO 국내 창출국가(15국) ▲ICO 균형국가(10국) ▲ICO 국외유출 위험국가(12국)▲ICO 국외유출 고위험국(10국) 등 위험정도에 따라 4가지로 분류됐다. 지수가 높을수록 ICO 국내 자금 유입이 높고 유출 위험이 낮다. 반면 지수가 낮을 수록 ICO 국내 자금 유입이 낮고 유출 위험이 높다.
1위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로 1603.7이다. 대표적으로 암호화폐와 ICO에 친환경적인 국가를 보면 ▲몰타 296.0 ▲홍콩 237.8 ▲스위스 210.7 ▲싱가포르 153.9 등이다. 이들 국가는 ICO를 통해 자금이 유입되는 ‘ICO 국내 창출국가’로 분류된다.
가장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중국은 지수 71.6으로 전체 32위다. 친 암호화폐 정책을 펴고 있는 일본은 80.7로 27위를 기록했다. 두 국가 모두 고위험국가에 해당됐다.
최근 암호화폐 육성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태국과 필리핀은 각각 16.6, 11.3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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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산업의 고용 파급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아라 기자) |
ICO 국부 유출 심각성은 한국 국적 기업의 ICO 모금액 순위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한국국적 기업의 ICO 모금액은 47개국 중 8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가장 많은 ICO 자금을 모집한 기업 국적은 미국으로 78억 3200만 달러다. 이어 나이지리아 12억 1000만 달러, 싱가포르 11억 6750만달러, 러시아 9억 3000만 달러, 스위스 7억 2610만 달러, 프랑스 7억 710만 달러, 이스라엘 5억 5170만 달러 순이다.
한국 국적 블록체인 기업들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규제 공백 탓에 국내 산업발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차단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법률 및 규제 비용이 국가에 따라 5~15%, 모금액의 환전 수수료가 5~10%까지 발생하고 있어 ICO 관련 국부유출이 높다"며 "ICO를 국내에서 합법화하고 규제를 명확히 할 경우 모금액 93%의 10~25%까지 비용을 줄이고 추가 고용 창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가정하고 정부가 금지 규제 방침을 이어간다면 고용 효과는 2026년 12만 6800명에 그친다. 동일한 상황에서 정부가 산업을 육성한다면 18만 8300명 수준으로 뛴다는 설명이다.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정부가 현 기조를 유지했을 때 일자리 창출 효과가 101만 7800명에 그치는 반면, 육성 정책을 펴면 최대 170만 31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신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 목표(2022년 9만 2000개)와 비교하면 블록체인 산업의 일자리 창출 잠재력은 매우 높다"면서 "산업에서 본질적·기술적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날 때는 후발 국가가 선도 국가를 앞지를 수 있는데, 우리 정부의 혁신성 부족으로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