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반도의 주권을 찾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0.10 16:58

▲배병만 산업부장(국장)


"북한 방문은 상당히 좋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북한을 4번째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한국으로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에 전한 말이다. 또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의견을 모으고..."라는 말도 전했다.

외교적인 발언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하지만 여기에 "....또 한 걸음..."과 "가급적..."이란 단어를 들으면 맥이 빠진다. 당장 통일이 되도 70여년 분단의 공백이 있어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지만 한민족의 일원으로 남북평화와 통일의 윤곽이 손에 잡힐 듯 잡힐 듯하면서도 그 실체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불과 한달도 안된 지난 9월 18~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무려 3차 회담을 가졌고 남북분단이 엄연한 현실에서 나름 기념비적인 협약과 행동을 보여주었다. 특히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는 일체의 무력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사실상 불가침 선언으로 평가된다는 해석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올라 푸른 천지와 백두산 연봉을 배경으로 함께 손을 잡고 번쩍 든 모습을 보면 당장 평화와 통일이 눈앞에 와 있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한복판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을 향해 연설하는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들어오면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은 한발짝도 나서지 못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위한 상징적이고 기념비적인 기반조성인 정전협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선언적으로 내세운 ‘올해안의 정전협정’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남북한 정상이 어깨를 맞대었지만 막상 한반도 정전협정이 더딘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유는 현재의 휴전상태를 종결시키는 정전협정은 남북한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협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6·25전쟁의 휴전협정은 1953년 7월 27일 당시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등 3자간에 이뤄졌다. 최대 교전 당사자인 남한의 경우 이승만 정부가 정전협정 자체를 반대해 서명하지 않았다. 결국 휴전협정 대상국가의 참여가 있어야 정전협정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한반도 평화를 놓고 당사자인 남북한은 해결열쇠를 위한 주최권이 없는 신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미국, 중국, 심지어 일본까지 가면서 한반도 종전과 평화조성을 위한 결재도장을 받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주인공이면서 주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한반도. 결국 국권이 약화된데 따른 결과이지 않을까.

역사학자의 해석이 분분하지만 우리나라가 국가적 약세를 보이기 시작된 것은 18∼19세기 ‘조선시대의 르네상스’ 영·정조 이후 어린 왕 순조가 즉위하면서 세도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어린 순조에 이어 철종과 고종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파벌다툼과 세도정치와 민중봉기까지 더해져 국가적인 혼란은 이어졌고 결국 청나라와 일본의 외세들이 개입하면서 한국의 주권은 송두리째 뽑혔다. 1905년 을사조약으로 인해 한국의 외교권을 일본으로부터 박탈당하면서 완전 주권상실의 시대를 맞게 됐다. 당시 민족신문 ‘황성신문’에 장지연 주필이 사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에서 "저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우리...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라며 눈물을 흘리며 글을 썼다.

이런 문구가 새삼 다시 떠올려지는 이유는 왜일까. 현 정치상황과 국감 중에 남남갈등이 사라져 어느 때보다 단결이 필요할 때다. 우리가 약하고 흩어질 때 외세는 더욱 기승을 부려 한반도의 주권은 영원히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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