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현대重, 지주사 전환·하도급 문제로 또 '등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0.11 13:43

지주사 전환, 시황 악화 불구하고 총수일가 지배력 ↑…'하도급 갑질' 혐의로 공정위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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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과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국내 조선업계 ‘맏형’ 현대중공업이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출석한다. 지난해 고용위기,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건으로 국회에 불려온 데 이어 올해 지주사 전환과 하도급 문제로 다시 질타를 받게 됐다.

강환구 사장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자 증인 신분으로 오는 15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다. 업계에 따르면 강 사장은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직접 소명할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증인 출석 요청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했다.


◇ 지주사 전환, 경영진 지배력 위한 ‘꼼수’

현대중공업그룹 구조도

▲현대중공업그룹 구조도


현대중공업이 소명해야 할 첫 번째 사안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비롯된 경영 악화, 총수 지배권 강화 의혹이다. 이 회사는 지난 8월 현대중공업그룹 차원에서 증손회사 지분문제를 해결하고 순환출자고리 해소 방안을 발표하면서 2016년 11월 사업분할 결정 이후부터 진행된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12월까지 현대미포조선의 위치 조정 및 편입(증손회사→손자회사) 절차를 진행해 분할합병을 끝마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순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 문제의 경우,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의 지분을 현대중공업지주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해소했다. 지주사가 주요 자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함으로써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에 발목 잡힐 우려도 떨쳐냈다.

문제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그룹 지배력이 2배 이상 상승했다는 데 있다.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설립된 현대로보틱스(現 현대중공업지주)를 중심으로 진행된 지배기반 강화 작업을 통해 정 이사장은 10.2% 수준에 불과했던 지분율을 26% 가까이 끌어올렸다. 올해 8월 제시된 반기보고서 기준, 정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율(5.10%)까지 합치면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30% 이상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경영진은 회사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채 오로지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사익편취를 위해 자금과 기회를 사용했다"고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4~2016년 조선업계 시황 악화, 이른바 ‘수주 절벽’으로 일컬어지는 사태로 직원들이 희망퇴직, 순환휴직 등 고난의 시간을 보냈지만 총수일가는 회사 지배권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것. 이들은 △자사주 매입자금(1조 원) △현대오일뱅크로부터의 배당(최소 3000억 원) 및 주가 차익(약 3조 원) △AS 사업 이익을 모두 현대중공업의 경영 개선 작업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노종화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분할 시 자산배정(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오일뱅크 지분)과 사업기회(AS부품 사업 등)에 관한 의사결정이 지주회사와 총수일가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됐다"며 "만약 현대중공업이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사업기회나 현대오일뱅크의 배당을 누릴 수 있었다면 대규모 구조조정 대신 조금이나마 고통을 줄이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 수는 2015년 약 6만 7000명에서 기업구조 개편 이후 2018년 8월 기준 약 3만 2000명까지 줄었다.


◇ 하도급 갑질 혐의, 공정위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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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두 번째 사안은 사내하청 및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 탈취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내용이다. 현대중공업 ‘갑질’ 행위로 피해가 막심하다는 협력업체의 고발은 각종 기자회견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여러 차례 언론에 오르내린 바 있다.

올해 7월 "현대중공업의 ‘갑질횡포’를 멈춰주십시오"란 제목으로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1만 명을 웃도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회사는 현대중공업의 일방적인 기성금 삭감, 추가 인원 투입 강요 등으로 16억 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 호소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해결에 나서주길 촉구했다.

이달 4일 열린 ‘현대중공업 문제점 진단 및 대안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조선3사피해대책위원회는 원청 직위를 남용해 원가 후려치기를 단행한 피해 사례를 소개했다. 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업체였던 이원태 동영코엘스 대표는 "750억~800억 원의 물량을 594억 원 이하로 강제해 입찰을 유도했다"며 "협력업체 간 경쟁을 통해 목표금액 이하로 계약을 달성한 이후 그 계약된 물량마저 주지 않는 ‘중복 갑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힘센 엔진’을 두고 불거진 기술탈취 논란은 현재 법정 소송까지 앞둔 상황이다. 힘센 엔진을 2000년 8월 현대중공업이 10년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중형 디젤엔진이다. 2003년 힘센엔진의 피스톤 개발에 참여한 하도급업체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제조 공정도, 작업절차, 작업 표준서 등 핵심 기술자료 공개 요구를 받았다.

한국현 삼영기계 사장은 "현대중공업은 회사의 기술 자료를 갑의 위치에서 탈취하고 협력업체를 2원화, 3원화 업체로 불법 유출·유용했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 원천 기술 탈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아무도 기술 개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현대중공업을 압수수색한 바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최근 ‘하도급 갑질’ 혐의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지주회사로 개편하면서 인적분할과 자사주 전환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꼬집으면서 현행 지주회사 전환 절차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무위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지주회사 체계개편을 통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해 모든 이익을 총수일가에 귀속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에 15일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이 ‘재벌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쓰인 것을 문제로 삼으며 집중 질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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