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한국 車 산업···"고비용 구조 바꿔야 생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0.14 11:29
북경현대3공장 의장라인 2 (현대차 제공)

▲(사진=현대자동차)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미국-중국간 무역전쟁,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 등 파도를 만난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를 유연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 기업인 현대·기아차가 실적 감소로 힘들어하고 한국지엠은 또 다시 ‘철수설’에 휘말린 상황이라 이 같은 목소리를 흘려듣기 힘든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효과가 크고 고용과 관련이 깊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편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액은 2016년 기준 197조 원으로 전체 제조업 생산의 13.9%, 부가가치액은 57조 원으로 11.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그간 10년 이상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의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다 지난 2016년 인도에 5위 자리를 내줬고, 올해는 멕시코에 밀려 7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생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의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할 부품 업체들은 최근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고전하고 있다. 원청에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단가인하 압박을 넣은 결과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외적인 불확실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내수에서는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올해 1~3분기 국내에 신규 등록된 수입차는 19만 7055대로 전년 동기(17만 3561대) 대비 13.5% 늘었다.

전문가들은 1차적으로 완성차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여 몸집을 가볍게 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올해 들어 급감한데다 수출 관련 불확실성도 높아지는 형국이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 델파이와 프랑스 르노, 푸조시트로엥그룹(PSA) 등 사례를 들며 "(이들 기업은) ‘고인건비, 저생산성’ 구조가 위기를 불러왔고,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조조정 성패를 가르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들 회사가 공통적으로 고비용 구조를 지니고 있었고, 경영 환경이 나빠지자 단기간에 혹독한 구조조정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GM과 르노는 노사간 합의로 비용을 줄여 재기에 성공했지만, 델파이와 PSA는 노사 모두 패자로 끝났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비용을 줄이기 못했던 델파이는 파산 전 미국 내 근로자 4만 7400여명, 제조공장 37개를 보유했었지만, 파산 졸업 후 근로자는 5000여명, 공장은 5개만 남았다. 반면 신입사원 임금을 기존 직원의 절반으로 낮추는 ‘이중임금제’ 등을 도입한 GM은 성공적으로 경영을 정상화시킬 수 있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생산성 정체와 높은 인건비, 대립적 노사관계란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위험, 한국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등 대내외 여건 악화 속에서 노사가 서로 협력해 선제적으로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지난 2016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노동생산성은 6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가운데 21위,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2.9달러로 27위를 기록하고 있다. 철수설에 휘말렸던 한국지엠의 경우 2015년 지출한 인건비 규모가 2010년 대비 50% 급증하기도 했다. 현대차를 두고 보면 한국 공장의 자동차 1대당 투입시간은 26시간을 상회하지만 미국(14.7시간), 체코(15.3시간), 중국(17.7시간) 등은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고비용 구조를 지녔지만 효율성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뜻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별 직원의 근로시간을 단축해 전체 고용을 유지하는 ‘워크 쉐어링’(Worksharing) 제도나 성수기와 비수기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가져가는 방법 등 선진적인 노동 제도 도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여헌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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