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국감] '법제화 필요' 정부수장들 약속 믿을 수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0.15 12:32

[에너지경제신문=조아라 기자] 20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주요 정부당국 수장들이 암호화폐 관련해 기존 강경 입장에서 다소 선회하는 발언을 내놓은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업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선언적 의미에 그쳐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와 함께 이 정도면 적지 않은 성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암호화폐와 ICO 관련 법제화 마련 요구가 높아지고 관련 법안이 발의되면서 향후 제도 정비로 이어질 지 이목이 쏠린다. 

clip20181015095333

▲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 "11월 ICO 정부 입장 발표" 발언 두고 평가 엇갈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의 발언에 대한 평가는 분명히 엇갈린다.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박성준 동국대 교수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암호화폐 정책 관련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무조정실이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앞서 홍 국무조정 실장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달 암호화폐공개(ICO) 관련 정부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오는 11월 ‘전면금지’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동안 국무조정실이 암호화폐 관련 회의를 열거나 공식적인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국감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정의와 일정한 규제를 만드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면피용 발언"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이 블록체인업체를 대상으로 ICO 실태 조사를 벌인 만큼 윤 원장이 구체적인 답변을 할 것으로 기대한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절충적 규제 도입에 대한 의견이 금감원쪽에서 언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각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만큼 선언적 의미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대표도 "법제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며 "오히려 시장이 11월을 기점으로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법제화 의지가 매우 낮으며 올초의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번 국감을 기점으로 연말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거래소 관계자는 "세계적인 흐름이 긍정적인 규제 방향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급적 긍정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로 프레이밍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블록체인에 대해서만 긍정적인 메시지가 언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의견을 냈다.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또 다른 교수는 "하반기에 ICO 법제화를 두고 금융 협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기존입장 고수하는 최종구...부정전망에 무게 실려 

업계의 전망이 다소 부정적으로 기우는 것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자신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ICO 위험성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11일 국감에서 블록체인산업과 암호화폐를 분리시킬 수 없다는 지적에 대해 "가상통화 취급업자와 블록체인산업 발전이 동일시 될 것은 아닌 점도 있다"고 맞섰다. 최 위원장은 "ICO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과거 겪었던 피해는 명백하고 심각했다"며 "해외도 ICO에 대해 보수적이거나 금지 정책인 나라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블록체인산업에 대한 유용성, 유망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며 균형 있게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국무조정실이 11월 중 ICO 관련 정부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데 대해 최 위원장은 "저희로서는 언제까지라고 생각을 정리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을 내며 온도차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금융위도 그에 맞춰 협의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박 교수는 "최종 결정은 금융위에서 할 것"이라며 "최 위원장이 이번 국감에서 정확히 입장을 표명했다. 올초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도 최 위원장 발언에 더욱 무게를 두며 "전반적으로 국감에서 나온 발언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기는 힘들다"며 "금융당국은 전반적으로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자금세탁이나 테러방지, 투자자 보호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겠지만 암호화폐나 ICO 관련 법제화 움직임으로 이어지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견해도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ICO에 대한 불확실성을 강조한 것은 ICO의 규제 수위가 강력할 것이라고 암시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 유용성, 유망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발언한 부분은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이 아닌 블록체인 산업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힌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결국 여당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법제화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에서 여당이 허용 법안에 표를 던져줘야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최근 암호화폐 법제화 마련 움직임에 적극 동참한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에서 몇몇 의원들만 움직이는 것이 사실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내용이 워낙 전문적이고 어렵다 보니 다루기 쉬운 분야가 아니다"라면서도 "국감을 기준으로 법제화 마련이 속도를 내지 않더라도 당론을 모으기 위해 더욱 열심히 활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조아라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