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법인 분리’ 갈등 고조···‘철수설’ 2라운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0.15 16:42

▲한국지엠 노조원들이 지난 12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한국지엠 법인분리 관련 주주총회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한국지엠 노사가 6개월여만에 또 ‘철수설’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노조가 회사 측의 ‘법인 분리’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며 쟁의행위를 준비하면서다. 한국지엠이 연구개발(R&D)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작업에 대해 노조는 ‘철수를 위한 포석’이라고 열을 올리고 있다. 사측은 장기적인 경영 전략의 일환이라는 입장이어서 한동안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이날부터 16일까지 파업 진행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앞서 지난 12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신청을 했다. 이들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법인분리와 관련한 특별단체교섭에 사측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8일까지 5차례에 걸쳐 회사에 교섭을 요청했다. 중노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릴 경우 이르면 다음주부터 파업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법인이 분리되면 제너럴모터스(GM)가 신설 법인만 남기고 공장 등 생산시설은 폐쇄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2대주주이자 우리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산업은행 역시 이 같은 한국지엠의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당장 오는 19일 열리는 법인 분리 주주총회 개최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최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일 산업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주총에서 비토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만일 산업은행이 신청한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하지 않는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경력한 투쟁으로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발, 생산, 판매를 분할하는 것보다 단일법인일 때 모든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며 "노조는 단일 법인 유지를 전제로 연구개발 업무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 노사는 군산공장 폐쇄 사태에서 비롯한 ‘철수설’을 이겨내고 지난 4월 27일 올해 임단협 조인식을 열었다. 불과 6개월여만에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지며 ‘2라운드’가 시작될 조짐이 보이는 셈이다.

사측은 법인 분리 작업이 오히려 디자인센터의 지위를 격상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GM 본사의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디자인과 차량 개발 업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10년 이상 머물기로 약속하며 36억 달러 가량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철수설’이 불거질 이유가 없다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노조와의 갈등 격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지엠의 올해 1~3분기 내수 판매는 6만 6322대로 전년 동기(10만 2504대) 대비 35.3% 감소했다. 특히 ‘철수설’로 시끄러웠던 1~4월에는 판매가 작년보다 48.8% 급감했다. 한국지엠이 철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구매자들의 신차 구매에도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한편 올해 국감에서는 ‘한국지엠 사태’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 10일 열린 산업위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산업은행과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와중에 공개석상에서 토의가 이뤄지면 법적 절차에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게 카젬 사장 측의 설명이다. 오는 26일 열리는 종합감사에는 카젬 사장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여헌우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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