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배포용★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결단’을 앞두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고민에 빠졌다. 지난 5개월 가량 시장과 끊임없이 호흡하며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했지만 최근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진 상태라 행동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연내 시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를 지난 9월 완전 해소하면서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연내 구조 개선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이 이른 시일 내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주요 계열사의 주가가 크게 빠져있다는 점은 정 수석부회장 입장에서 부담이다. 올해 들어 현대차그룹의 1차 개편안이 나왔던 5월까지 현대차 주가는 14만~16만 원 선에서 움직였다. 그랬던 주가가 이달 들어 급락해 11만~12만 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22만~26만 원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현대모비스 주가도 16일 현재 19만 원 가량까지 밀렸다. 지배구조 수혜주로 한때 20만 원에 가깝게 치솟았던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11만 원 수준으로 빠졌다.

글로벌 증시가 흔들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우려로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코스피 시총은 지난 11일 하루동안 약 65조 원 증발하기도 했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글로벌 경쟁 심화 등 여파로 자동차 업황 분위기까지 좋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앞서 나온 1차 개편안을 수정·보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초 현대차그룹을 ‘지배회사 체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을 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게 그 출발이었다.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합병 비율을 조정하고 주주친화정책을 확대하는 안 등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1차 개편안 백지화를 선언할 당시 "보완·개선하겠다"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 주가 상태에서는 이 같은 결단을 내리기 힘들어 보인다.

자금을 투입해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 중 하나를 없애는 작업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2.35%), 기아차(1.74%) 등 계열사 지분을 상대적으로 많이 확보하지 못했다. 대신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23.29% 들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자금줄’ 역할을 해줘야 하는 셈인데, 주가가 내려앉아 있다는 걸림돌이 생긴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연내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주요 작업을 ‘데드라인’에 밀려 졸속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월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편지를 보내 지배구조 개편을 조속히 진행하라고 압박하긴 했지만, 이후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대신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들어 투자자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적극적으로 열며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물밑작업을 계속하고 있긴 하지만 언제 결정을 내릴 지는 미지수"라며 "공정위 등의 눈치를 보기 보다는 사업 개편으로 인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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