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순영 전문기자] 한섬은 국내 패션업계가 불특정다수에게 의류를 판매했던 1990년대에 고급브랜드를 내세우며 당시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이다. 이후 국내 패션 산업 부진과 패스트패션, 스포츠웨어 등의 트렌드와 온라인 채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한섬은 부진했던 브랜드의 구조조정과 자회사 실적 개선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최근 변화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섬의 대표 브랜드 ‘타임(TIME)‘ (자료=더한섬닷컴) |
◇ 여성고객층을 공략하는 의류브랜드로 국내 패션을 주도한 기업
한섬은 지난 1987년 5월 여성의류 제조와 판매를 중심으로 설립돼 1996년 7월에 코스피에 상장했다. 한섬이 설립될 당시 국내 패션업계는 불특정 다수에게 의류를 판매하는 시장에서 ‘마인(MINE)’, ‘시스템(SYSTEM)’, ‘타임(TIME)’, ‘에스제이에스제이(SJSJ)’ 등의 브랜드로 타겟고객을 공략하며 국내 패션을 주도한 기업이다.
그러나 2010년을 전후로 유니클로, 자라 등 글로벌 패스트(SPA) 브랜드들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가격과 브랜드 경쟁력에서 밀렸다. 온라인 채널이 빠르게 성장하는 유통채널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해지면서 2012년 2월 설립자 정재봉 회장이 지분 34.6%, 4200억원을 현대홈쇼핑에 매각하며 현대백화점그룹으로 편입됐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
◇ 불황과 구조적인 유통채널 변화 대응 미흡…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이후 2016년 12월 100% 출자로 (주)한섬글로벌과 (주)현대지앤에프를 설립해 연결대상 종속법인으로 편입했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2010년을 전후로 산업 환경 변화로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구조조정과 재고관리를 통해 비용부담을 낮추며 효율성을 개선했다. 현재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카테고리는 캐주얼과 스포츠룩, 패션스니커즈(신발)다.
한섬은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전통채널을 유지하면서 자회사를 중심으로 꾸준하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랑방 등 일부 부진한 수입브랜드를 철수하고 적자사업부문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그룹의 유통채널을 활용해 수익성 높은 온라인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서비스의 일환으로 고객이 온라인몰인 ‘더한섬닷컴’에서 구매하기 전에 집에서 옷을 입어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입한 홈피팅서비스인 ‘앳홈’ 등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 브랜드의 구조조정과 리뉴얼효과… 자회사 중심 수익성 개선 돋보여
하이투자증권은 한섬의 지난 2분기 실적은 비효율적인 브랜드의 구조조정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2923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으로 작년보다 매출은 2.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0% 가까이 늘었다.
▲(자료=DB금융투자) |
작년 하반기 반영됐던 재고 관련 손실과 중국 대리상 체재 전환 비용 등의 일회성 요인 등이 올해 상반기에 들어서며 일단락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의 수익성 개선폭은 상반기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증권가에서는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 부문 인수로 설립된 현대지앤에프의 해외 명품 브랜드 강화와 온라인채널 강화로 수익성과 성장성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패션기업들의 전통적 유통채널인 백화점에서의 의류 구매 비중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에 있다. 백화점에서의 명품 매출은 2010년 11%에서 2018년 상반기 19%까지 늘어났다. 특히 소비층이 40~50대에서 20~30대로 확대되는 추세다.
▲(자료=DB금융투자) |
한섬 자회사인 현대지앤에프는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SK네트웍스 패션부문으로 타미힐피거, DKNY, CK, 아메리칸이글, 까날리 수입브랜드 5개와 루즈앤라운지 등 국내 브랜드 3개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자회사였던 한섬글로벌은 클럽모나코, 오브제, 오즈세컨, 세컨플로어 4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10월11일 한섬과의 흡수합병을 공시했다.
▲현대지앤에프의 운영 브랜드 ‘타미힐피거’ (자료=현대지앤에프) |
미래에셋대우는 한섬의 자회사 이익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작년 4분기에 발생한 201억원의 일회성 재고 손실만 감안해도 연말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해 자회사의 영업이익은 총 19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DB금융투자는 한섬글로벌과 현대지앤에프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어 하반기와 내년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은 자회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브제 브랜드가 리뉴얼 효과에 힘입어 매출 성장률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후 오즈세컨과 세컨플로어 브랜드까지 리뉴얼 효과는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클럽모나코 등 수입 브랜드의 수익 안정화 노력과 함께 하반기 마케팅이 집중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매출 성장 여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 온라인채널 강화·현대백화점과의 시너지 기대…실적 우려는 해소되고 있어
또 온라인채널의 강화 역시 관심 대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신뢰도 상승으로 온라인을 통해 소비할 수 있는 금액 한도가 높아진 점과 직영몰 운영으로 한섬의 온라인 채널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른 한섬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2910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이다.
▲한섬의 3분기 실적 전망 (자료=에프앤가이드, 3개월 기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