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가 참여한 해외 플랜트 건설현장 사진/ 사진과 내용은 관계 없음 |
[에너지경제신문=이민지 기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설 수주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올해도 300억 달러 달성이 어렵다는 전망이다.
18일 해외건설협회에 해외건설수주통계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해외 건설 수주액은 224억 달러로 전년동기 225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 동안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 건설 수주에서 300억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461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6년 282억 달러, 2017년 290억 달러 등 내리막을 걷고 있다.
◇ ‘유가 상승= 발주량 확대’ 공식 깨졌다
건설업계가 해외 수주를 자신했던 이유는 상반기 유가 환경이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중동 시장에서 발주량이 확대 돼 해외 건설 수주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연초에는 해외 플랜트 부분에서 수주가 많이 늘기도 했고, 대규모 프로젝트에 국내 건설사들 이름이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유가가 70∼80달러 선에 도달했음 에도 불구하고 발주로 이어지지 않자, 해외 건설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건설 사업 전문가는 국내 건설사들이 주력했던 중동시장이 죽고, 플랜트 매출이 줄고 있다는 점을 해외 수주가 부진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최근 중동이나 석유화학 분야에서 글로벌 건설 기업들의 매출이 줄고 있다"며 "도로, 교통, 건축 발전 등 SOC 사업에 대한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간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시장에서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주력했는데, 해외사업 분위기는 플랜트 보다는 인프라 위주의 사업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유가상승이 해외 건설현장 발주량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설명이다.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수익형 위주로 변했다는 점도 수주가 낮아진 이유로 꼽힌다. 발주가 이어졌다 해도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과거 2010년 초 유가가 115∼120달러까지 상승했을 당시 국내 건설사들이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무리하게 수주경쟁을 했는데, 이로인해 아직까지 건설사들이 부실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가경쟁으로 수주를 많이 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이제는 수익성 등을 꼼꼼하게 살피고 들어가려고 한다"며 "최근엔 국내 주택시장이 좋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해외 사업 보다는 국내 사업을 확대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국내 건설사 수주 역량 키워야"
전문가들은 해외 건설 수주를 늘리기 위해선 해외 건설 산업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설계, 금융 , 시공 등 건설사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높아진 만큼 국내 건설사들도 이 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건설 사업에서 리스크가 큰 것은 정해진 시간 안에 설계·기획한 대로 시공이 이뤄져야 하는대 국내 건설사들은 시간이 지연되면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유럽 건설사들은 국내 건설사들 보다 이러한 부분에서 더 높은 역량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해외 건설 현장에서 인프라에 대한 해외 수요가 커지고 있는 만큼, 국내 건설사들이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인프라 사업역량을 확장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 박사는 "국내 건설시장은 인프라 위주의 사업을 줄이고 있는데 해외환경은 그렇지 않다"며 "국내 사업 경험을 쌓아야 해외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측면에서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