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꽂힌' 5대그룹 총수들…총성 없는 기술 주도권 확보 전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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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부터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주요그룹 총수들이 인공지능(AI)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공통 핵심기술인 AI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미래기술영역에서 빠르게 치고 나가기 위함이다. 또 기존 사업영역 강화에 있어서도 AI는 놓칠 수 없는 분야다. AI 경쟁력을 선점하는 것은 곧 세계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AI를 향한 이들의 발걸음도 보다 빨라지고 있다.


◇ "미래시장 대응하라" 혁신 속도내는 재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AI에 골몰하고 있는 대표적인 총수 기업인으로 꼽힌다.

급변하는 IT산업 환경과 반도체 위기론 속에서 미래성장과 지속가능성한 중장기 사업 마련을 위해 직접 글로벌 현장을 누비는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AI는 지난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가장 먼저 점검에 나섰던 분야로, 해외 주요거점을 직접 돌며 ‘AI 퍼스트’ 전략을 행동으로 옮겨 보였다.

지난 5월에만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 3곳에 AI 연구센터를 오픈하고, 9월과 10월에도 미국 뉴욕, 캐나다 몬트리올에 센터를 추가로 열었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글로벌 AI 연구센터는 현재 세계 각국에 7곳이 운영되고 있고, 이중 이 부회장 출소 이후 세워진 곳이 전체의 71%인 5곳에 달한다.

삼성이 단기간 내에 세계 7곳에 AI 연구거점을 잇달아 구축한 것은 AI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AI는 바이오, 전장(전자장비)부품, 5G(세대)이동통신과 함께 지난 8월 삼성이 선정한 4대 미래성장동력 중 하나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도 AI 신기술 역량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AI를 전담할 별도 조직(AIR Lab)을 신설하고, 현대차그룹의 AI 전략과제를 수행하도록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모빌리티 시장 대응을 위해 AI 기술 확보에 속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작년 말 SK텔레콤, 한화자산운용과 손잡고 4500만 달러 규모의 ‘AI 얼라이언스펀드’를 조성하고,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 6월에는 중국에서 AI 분야 최고 기술력을 가진 곳으로 알려진 딥글린트와 협업을 발표하고, 10월엔 미국 AI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에 투자했다. 이달 초에도 이스라엘에 3번째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열면서 딥러닝 기반의 AI 기술을 연구하는 현지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는 등 AI 기술 확보에 속도를 올려 나가고 있다.


◇ AI 기술력 확보…선택 아닌 필수

최태원 SK 회장은 근원적인 변화를 뜻하는 ‘딥 체인지’ 혁신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성장 동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껍질을 깨는 파격적 수준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 필요하고, 그 중심엔 AI가 자리잡고 있다.

SK그룹은 AI부터 5세대(5G) 등 신기술을 각 산업군에 적용함으로써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시대’를 그려 나가고 있다. SK의 최대 강점인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과 사물, 데이터 등 모든 것이 연결된 사회에서는 AI가 필수이자 핵심이다.

그룹 내 AI 관련사업은 SK텔레콤이 주도적으로 끌어 나가고 있는데 지난해 대표이사 직속 AI사업단을 신설하고 AI를 우선순위에 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 나가고 있다. 최근 인수한 보안 전문기업 ADT캡스를 인수한 것 역시 뉴ICT와 보안시스템을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작품이다.

재계 5대그룹 가운데 유일한 40대 총수인 구광모 LG 회장의 관심사 또한 AI다.

회장 취임 3개월 만에 첫 공식행보에 나선 현장도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연구개발(R&D) 클러스터인 ‘LG사이언스파크’로, 구 회장은 당시 방문에서 임직원들에게 AI와 빅데이터 분야의 기술을 우선적으로 육성하라고 주문했다.

각 계열사간 관련 기술을 공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자리도 마련됐다. LG는 지난 8일 계열사 내 AI 개발자 및 빅데이터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한 ‘제1회 LG 인공지능 빅데이터 데이’를 열고, 최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이는 계열사별 핵심 사업역량과 기술력을 응집, 그룹 차원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으로,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가치로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 구현인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석방 이후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그룹 전반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사실 신 회장은 구속 이전부터 일부 서비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으로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지론 아래, 비즈니스 전 과정에 AI, 로봇,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실제 롯데는 최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유통·식품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AI 투자 확대 및 기술적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 기술 적용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들의 니즈도 선감지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미 롯데홈쇼핑은 AI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쇼핑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고, 지난 9월 업체 최초로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AI 편성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들 주요기업 총수들이 AI 기술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까닭은 간단하다. AI 기술력 보유 수준에 따라 파생될 글로벌 비즈니스 가치 또한 달라질 것이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중장기 성장을 위해선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다. 시장조사기관 트랙티카는 8월 보고서를 통해 AI 시장규모가 현재 46억 달러로, 20205년엔 203억 달러로 약 4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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