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삼성물산 겹악재에 그룹주 펀드 ‘좌불안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5 17:04

올들어 삼성그룹주 펀드 5000억 환매...수익률은 양호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 분식회계로 투자자 ‘불안’
삼바 사태 그룹 전반 확산 가능성...보수적 투자 권고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리면서 삼성그룹주 펀드 투자자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으로 가뜩이나 맥을 못추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물산 감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그룹주 펀드 역시 당분간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삼성그룹주 펀드는 잦은 환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연초 이후 삼성그룹주 펀드에는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고 최근 6개월 동안에도 1822억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기 시작한 최근 1개월 기준으로 보면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1조5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온 반면 삼성그룹주 펀드에는 183억원의 자금이 빠져 나갔다.

주목할 점은 국내 증시가 출렁이는 와중에도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은 양호했다는 것이다. 연초 이후 삼성그룹주 펀드 수익률은 -5.57%로 국내 주식형펀드(-18.6%)나 해외 주식형 펀드(-11.23%)보다 양호했다. 

▲삼성그룹주 펀드 설정액 추이.(자료=에프앤가이드)


삼성그룹주 펀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업황 논란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국이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보유한 삼성물산 역시 주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삼성물산은 장중 9만94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경우 삼성그룹주 펀드에 삼성전자를 17%가량 편입하고 있고,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비중은 각각 8%, 7%에 달한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국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 및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물산 투자자 A씨는 "만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를 면한다고 해도 분식회계에 대한 판결이 날 때까지는 계속해서 주가가 힘을 못 쓰지 않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금융당국에 책임을 묻는 주주들도 있다. 

이미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 금감원 연석회의 등에서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했던 적이 있는 B씨는 "처음부터 회계감리를 다 받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는데, 이제와서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 주주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매매정지까지 가게 된 건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주 펀드에 대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삼성그룹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접근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주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삼성그룹주 펀더멘털, 장기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용상 문제가 없도록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다른 종목들의 유동성이 풍부해 삼성바이오 거래 정지에 따른 유동성 관리에는 문제가 없다"며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 어닝, 장기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견조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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