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엘리엇’ KCGI, 한진칼 ‘경영참여’ 선언...오너일가 경영권 위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16 03:56

KCGI, 한진칼 1307억원에 장내매수...지분율 9%
국민연금 등 기관지분 25%...오너일가 지분경쟁 승산있어
배당확대, 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해소 등도 거론

▲서울 중구 한진빌딩.(사진=연합)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KCGI가 한진칼 2대 주주로 등극하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의 경영권을 정조준했다. KCGI가 국민연금, 크레디트스위스(CS) 등과 손잡으면 조 회장 등 오너일가와의 지분 경쟁에서 충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KCGI는 기관투자자들과 손잡고 한진칼에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를 주당 2만4557원에 장내매수했다고 15일 공시했다. 총 매입 규모는 1307억원에 달한다.

취득 후 지분율은 9%다.

이번 지분 확보로 KCGI는 기존에 지분 8.3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을 제치고 한진칼의 2대 주주가 됐다.

그레이스홀딩스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KCGI가 만든 KCGI제1호사모투자 합자회사가 최대주주인 투자목적 회사다.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LK투자파트너스에서 근무한 국내 대표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졌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목적은 경영참여다. KCGI 측은 공시에서 "장래에 회사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하면 관계 법령 등에서 허용하는 범위 및 방법에 따라 회사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관련 행위들을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지분 17.84%) 등 오너일가가 28.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GI를 제외한 주요 기관투자자로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크레디트스위스(5.03%), 한국투자신탁운용(3.81%) 등이 있다. 이 중 CS는 지난 9월 27일 한진칼 주식 297만6585주를 매입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KCGI가 이들 기관과 손잡으면 우호 지분 약 25%를 확보해 주주가치 제고, 배당확대,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조양호 회장 등 오너일가의 경영권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한진칼 주가가 상승세인 점을 감안하면 KCGI의 지분 매입은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진칼 주가는 국제유가 하락,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대한항공, 진에어 등 자회사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달 들어서만 27% 급등했다. 보통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확보할 때는 주가가 저렴할 때를 노린다. 그럼에도 KCGI가 한진칼 주가와 관계없이 주요 주주로 올라선 것은 앞으로 한진칼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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