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기술굴기 견제 나선다…AI·로봇 등 신흥기술 부품 수출제한 착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20 16:31

▲"특정 신흥기술에 대한 통제 검토" 내용을 담군 미국 연방관보 화면.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 행정부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양자컴퓨팅 등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억제하기 위해 수출 규제 강수를 꺼내 들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획득을 위협으로 간주해 전방위로 견제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미래기술의 수출제한을 골자로 한 규정개설 계획을 연방 관보에 올렸다. BIS는 다음 달 19일까지 공개적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지정되는 부품들에 수출제한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BIS는 관보에서 "수출 통제는 민감한 미국 기술을 지키는 노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 떠오르는 기술이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평가되지 않았다"며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신흥기술을 확인해 보호 체계에 편입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라 통제목록을 만들어 안보와 직결된 부품의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EAR는 미국의 국가안보나 대외정책에 해를 끼친다고 판단되는 외국기업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BIS는 신흥기술이 재래식 무기, 정보수집, 대량파괴무기, 테러 도구로 전용될 수 있고 미국이 군사, 정보수집 차원에서 질적인 우위를 갖게 하는 요소일 수도 있다고 국가안보와의 연관성을 주장했다.

특히 BIS는 생명공학, AI, 위치·시간정보 측정, 마이크로프로세서, 고급 컴퓨팅, 데이터 분석, 양자정보 감지, 물류기술, 3D 프린팅, 로보틱스, 두뇌 컴퓨터 인터페이스, 극초음속 기술, 첨단 물질, 고급 감시기술 등 14개 항목을 보호가 필요한 기술로 제시했다. 이들 항목의 하위 개념인 세부기술 수십 가지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방침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따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사실상 최대 안보위협으로 경계하는 데다가 화웨이, ZTE, 푸젠진화 반도체 등 중국 기술기업에 유사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어 이번 조치도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매체인 악시오스는 미국이 AI, 로보틱스, 양자컴퓨팅 개발 등에서 중국에 대한 우위를 지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악시오스는 "미국이 전략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지만 중국이 점점 가까이 따라오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막을 새 도구를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폴 트리올로는 "중국이 미국의 약점을 이용해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고급기술을 획득한다는 인식이 이번 조치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트리올로는 "이번 규제가 전면적으로 집행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가안보에 중대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미국의 결의는 잘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법률회사 데커트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세계 전역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교류를 고려할 때 이번 조치로 인해 현재와 미래의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중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법무부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중국 산업 스파이를 적발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재무부는 중국이 미국기업 지분획득을 통해 기술을 빼돌릴 가능성을 투자제한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봉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기술 도둑질 논란’으로 불리는 지식재산권 현안을 주요 의제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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