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슈끄지 사태에도 사우디는 '동반자' 외친 트럼프...속내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21 15: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대한 '동반자 관계' 유지 의사를 밝힌 이유를 국제유가와 연관시켰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을 만나 "만약 우리가 사우디와 관계를 단절한다면 기름값이 지붕을 뚫고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유가를 낮게 유지해왔고 사우디도 내가 유가를 낮게 유지하도록 도움을 줘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카슈끄지 살해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시했다고 하더라도 양국 관계가 변함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뒤 논란 속에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아 경제가 어려워지는 사태를 사우디의 협조로 막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유가가 좋은 상태"라며 "나는 세계 경제를 파괴하지 않을 것이며 사우디와의 관계에서 바보처럼 굴어 미국 경제를 해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성명은 분명히 내가 말한 것"이라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와 관련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NBC는 트럼프 행정부가 저유가를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사우디에 의존하는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고 해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지지 발언은 다음 달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량 조절 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를 비롯한 제휴 산유국들은 이번 회동에서 현재의 공급정책 기조를 바꿔 내년 감산에 들어갈지를 결정한다.

사우디와 산유국 일부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산출량을 하루 100만∼140만 배럴씩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공급을 늘려 유가를 더 끌어내려야 한다며 산유국들에 감산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공급과잉 우려와 더불어 최근 1개월여 동안 급락을 거듭했다. 배럴당 가격이 최근 고점이던 지난달 3일 85.83달러에서 무려 27%나 떨어진 62.23달러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왕세자는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리는 카슈끄지 살해를 둘러싼 모든 사실을 결코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경우든 우리는 사우디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카슈끄지 사건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 제재를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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