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 원전건설 사업 '핵개발' 전용 우려...신뢰 의구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1.23 11:23

사우디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 놓고 한중미 각축전
카슈끄지 사태 말바꾸기...핵문제 신뢰지킬지 의구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진=연합)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를 놓고 미국, 한국, 중국 등이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전을 핵개발에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번 카슈끄지 사태 이전부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둘러싼 또 다른 미스터리, 즉 왕세자가 원전을 통해 핵개발의 토대를 놓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알아내려 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슈끄지 암살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는 현재 미국이 사우디 정부와 진행 중인 원전 수주 협상도 감독하고 있다.
 
사우디 원전건설 사업은 사우디가 총 몇 기의 원전을 도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사업 규모는 800여억 달러(약 90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NYT는 협상 내용을 잘 아는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을 인용, 사우디 정부는 핵연료를 외국에서 훨씬 싼 비용에 들여올 수 있음에도 자체 생산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가 핵연료를 무기 제조 프로젝트에 전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빈 살만 왕세자는 올해 초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도 "가능한 한 빨리"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원전 수주 협상 과정에서도 사우디 측은 트럼프 정부에 "핵무기 제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유엔 사찰단의 사찰을 허용하는 내용이 들어간다면 협정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사우디 정부가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태와 관련해 살해 전말을 놓고 계속 말 바꾸기를 한 만큼 핵 문제에 대해서도 신뢰를 지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캘리포니아) 하원 의원 주도로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와 원자력 협정을 쉽게 체결하지 못하도록 법안 수정을 추진하는 등 의회에서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셔먼 의원은 "사우디에 비행기를 파는 것과 핵을 파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뼈를 절단하는 톱(카슈끄지가 토막 살해된 것을 지칭)과 관련해서도 신뢰할 수 없는 나라를 어떻게 핵무기와 관련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미 정부는 사우디와 진행 중인 원전 협상 내용에 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 정부 관계자들은 사적으로 '만약 미국이 사우디에 원전을 팔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 즉 러시아나 중국, 한국이 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태와 관련해 사우디와의 무기거래 규모 등을 들어 사우디 정부를 옹호한 만큼 원전 수주와 관련해서도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NYT는 "이란에 대해서는 핵개발 의혹을 이유로 들며 핵합의까지 파기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사우디에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댈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또하나의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선 셈"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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