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숲은 우리의 희망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05 08:26

정종오 에너지부장

숲은 우리의 희망이다.

최근 지리산에 살고 있는 친구 집을 찾았던 아내가 가을 단풍 이야기를 꺼냈다. 끝없이 이어지는 단풍에 어디서부터 눈길을 줘야 할지 난감하더라고. 색색의 다른 단풍이 어우러지면서 숲은 살아 있더라고. ‘지리산 단풍은 더 아름답더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겨울이 오고 있다. 이웃 집 감나무는 노랗게 익었다. 우리 집도 여러 번 감나무를 심었는데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숨져버렸다. 갈수록 겨울바람이 차긴 찬가 보다. 아무리 보온을 해줘도 겨울 지나 봄이 되면 감나무는 더 이상 새싹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옆집 감나무는 무럭무럭 자라 그 가지가 담장을 우리 집으로 까지 뻗어왔다. 우리 집 담장으로 넘어온 가지에 열린 감을 땄다. 옆집에게는 "우리 집으로 넘어온 것이니까 그 가지는 우리 것으로 해도 되겠죠?"라고 은근히 협박조(?)로 물었다. 옆집은 "물론"이라는 흔쾌히 허락하는 말을 건네 왔다.

감은 추억 덩어리. 어릴 적 감꽃으로 목걸이를 만들었다. 하루 종일 목에 걸고 다니며 한 잎, 한 잎 따 먹었다. 저녁이 돼 집에 돌아갈 때쯤 목걸이는 온데간데없고 실타래만 남았다.한 여름, 감나무 위에 올라가는 경쟁이 펼쳐졌다. 떨어져 크게 다치는 아이도 있었다. 감나무는 그냥 나무가 아니다. ‘추억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나무이다.

뭐니뭐니해도 감은 곶감으로 이어진다. 단단하게 잘 익은 감을 따 곶감을 만들었다. 손으로 하나, 하나 감을 깎으면서 엄니가 만들어주던 그 곶감이 떠올랐다. ‘사각사각’ 들리는 소리는 또 다른 청량음이다. 감을 깎을 때 나는 소리는 유독 다른 과일과 달리 상쾌하다. 칼끝이 잘 미끄러진다. 엄니는 그렇게 곶감을 만든 뒤 처마 밑에 한 겨울 내내 걸어놓고는 하나씩, 하나씩 떼어 우리 입에 넣어주셨다. 당신이 먹는 것은 볼 수 없었다. 예전 시골에는 집집마다 감나무 한 그루씩은 꼭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그것은 한 겨울 먹을 양식을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숲은 우리의 희망이다. 숲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낀다. 숲은 지구를 숨 쉬게 하는 원천이다. 열대우림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른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스페이스X의 팔론9 로켓으로 3차원 숲 탄소 지도를 만들 관련 장비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냈다. 이른바 GEDI(Global Ecosystem Dynamics Investigation)이다. GEDI는 진보된 레이저 기술을 이용한다. 전 세계 숲의 생태시스템 구조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GEDI는 ‘제다이(Jedi)’로 발음한다. GEDI는 시속 2만7600km로 지구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관찰한다. 산림 높이, 가지, 나무와 관목 경로를 측정한다. 숲이 탄소를 얼마나 저장하고 방출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랄프 두바야(Ralph Dubayah) 메릴랜드대학 교수(책임 연구원)는 "GEDI를 통해 우리는 숲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무에 정확히 얼마나 많은 탄소가 저장돼 있고 만약 나무를 자르면 대기권으로 이산화탄소가 잠재적으로 얼마나 배출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과학자들은 대기권에 얼마나 많은 탄소가 있는지는 알고 있다. 문제는 어느 곳에 얼마 만큼 탄소가 저장돼 있고 흡수하고 있는지 아직 확실치 않다. GEDI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비이다.

지구의 바다와 숲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것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어떤 숲이 가장 많은 탄소를 흡수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GEDI는 지구상에서 가장 탄소가 풍부한 산림이 어디에 있는지 섬세하면서도 자세한 ‘탄소 저장 지도’를 만들 예정이다. 로라 던컨슨(Laura Duncanson)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 방법은 얼마나 많은 탄소가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부분적으로 분출되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아직 산림 벌채와 황폐화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는지 알 수 없는데 GEDI가 새로운 데이터를 수집하면 이 같은 ‘탄소 지식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숲은 우리의 희망이다.

정종오 기자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