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LNG, 전 세계 생산량 3분의 1...해상 노스 돔 가동시 年42%↑
사우디 영향력 탈피 목적도 짙어...빅3에 좌우되는 시장 입지도 뚝

카타르 수도 도하의 마천루. (사진=연합)


걸프지역의 산유 부국 카타르가 내년 1월 1일부로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카타르의 국제적 역할을 증진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검토한 결과 OPEC을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탈퇴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카타르는 천연가스 생산이 집중할 계획으로 탈퇴 뒤 OPEC의 합의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OPEC의 ‘원년 멤버’였던 카타르의 탈퇴는 OPEC의 사실상 지도자인 사우디아라비와의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인해 발생되었다는 분석이 따르지만, 이로 인해 국제유가를 좌우하던 OPEC 그 자체에 대한 위상과 역할이 예전 같지 않음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OPEC은 산유국 권익 향상을 위해 1960년 사우디를 중심으로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베네수엘라가 뭉쳐 출범했다. 그 이후로 카타르(1961년), 인도네시아(1962년), 리비아(1962년), 아랍에미레이트(1967년), 알제리(1969년), 나이지리아(1971년), 에콰도르(1973년), 가봉(1975년), 앙골라(2007년), 적도기니(2017년)에 이어 마지막으로 콩고(2018년)가 추가로 합류했다. 아시아 유일의 OPEC 회원국이었던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원유 감산 분담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회원국 자격이 정지됐다. 또한 에콰도르와 가봉은 OPEC을 탈퇴했다가 재가입을 했지만 창립 때부터 참여한 산유국이 탈퇴를 선언한 것은 카타르가 처음이다. 카타르가 빠지면 앞으로 OPEC 회원국은 14개국이 된다.


◇ 카타르 탈퇴배경...사우디에 대한 불만?

세계 국가별 천연가스 매장량 순위 (단위:tcf(조 입방피트))


걸프지역의 산유 부국 카타르의 하루 평균 산유량은 61만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5%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액화천연가스(LNG)는 전세계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를 원유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480만 배럴로 OPEC 2위 산유국 이라크와 맞먹는 수준이다.

카타르는 현재 사우디의 최대 앙숙인 이란과 세계 최대 매장량의 해상 가스전(노스 돔·이란에선 사우스 파르스)을 공유한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9월 세계 최대 해상 가스전인 ‘노스 돔’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뽑아내는 생산라인을 1개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이 생산라인이 가동되면 카타르의 LNG 생산량은 연 7천700만t에서 1억1천만t으로 약 42% 늘어난다고 이 회사는 예상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카타르의 탈퇴 계획은 카타르의 주력 수출 자원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에너지 정책을 펼치겠다는 행보로 보이지만 그 동시에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OPEC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더 짙어 보인다. 즉 탈퇴 결정에 정치적 배경이 작용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는 그동안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OPEC 사안에 관여하는 행위에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2016년 주요 산유국이 카타르 도하에 모여 국제유가 상승을 위해 산유량 동결문제를 논의했지만 믿었던 사우디가 막판에 판을 엎자 결국 성과 없이 끝났다. 산유국들은 사우디의 동의 하에 회의가 개최되기 전부터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하는 합의문 초안까지 작성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이란의 동참 없이는 산유량을 동결할 수 없다며 갑작스럽게 돌아서게 된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당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포함해 주요 산유국이 모두 동의해야 생산량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는 그동안 친(親)이란 정책, 무슬림형제단 지원, 위성방송 알자지라 운영 등 주변 아랍 국가와 다른 독자 외교를 펼쳐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 갈등을 빚어 왔다. 카타르는 ‘테러 조직을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6월 사우디를 포함해 UAE·바레인·이집트 등 4개국으로부터 단교를 당했다.이로 인해 사우디와 국경을 맞댄 체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카타르는 주변국들과의 육상·해상·항공 통행 및 교역이 중단되었다. 특히 식량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까닭에 인도주의적·경제적 위기가 불거졌다.

이에 더해 카타르는 내년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에 공식 초청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GCC는 UAE·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오만 등 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카타르 정부 대변인은 단교 사태를 언급하며 "카타르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평화적이고 열린 대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집단 따돌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본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카타르의 OPEC 탈퇴 결정은 사우디가 단교 등의 외교적 압박을 가한 것이 큰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美·露 영향력 부상에 따른 OPEC 독점력 축소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사. (사진=AFP/연합)


이러한 정치·외교적 배경과 더불어 OPEC의 영향력이 과거와 다르게 눈에 띄게 줄어든 점 역시 카타르가 ‘OPEC 탈출’을 결행한 이유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와의 단교 갈등과는 별개로, OPEC 자체의 ‘힘’이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과거 OPEC이 주도한 감산·증산 합의가 아닌, 사우디·미국·러시아 등 ‘빅 3’ 국가의 말 한마디에 의해 좌우되면서 실제로 사우디 이외에 다른 OPEC 회원국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미국, 러시아가 원유 생산을 빠르게 늘리면서 이들 국가의 산유량이 사우디와 맞먹는 양까지 늘어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미국 석유생산업체들은 지난 12개월 동안 OPEC 회원국인 나이지리아의 산출량에 맞먹는 양의 원유를 추가로 뽑아냈다. 미국은 내년 4월까지는 하루 1천200만 배럴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10월에 예상된 수치보다 6개월 빠른 것이며 올해 1월 예상치보다 하루 120만 배럴이 많은 양이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 11월 산유량이 하루평균 1천137만 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천141만 배럴보다 다소 줄은 수치다.

또한 지난 두 달간 국제유가를 고점대비 30% 가량 끌어내린 장본인은 OPEC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석유 가격을 낮춰 미국 내 민간 소비를 촉진하고, 경기를 부양해 궁극적으로 성장률을 높이고 싶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트위터에 유가 관련 언급을 쏟아내며 "유가 하락은 대규모 감세와 같다"고 자화자찬한 바 있다.

OPEC의 원유 시장에 대한 실효성이 의문시 되자 시장의 관심은 6일에 열릴 OPEC 정상회의가 아닌 지난 주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빈 살만 왕세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에 쏠렸다. 감산을 원하는 사우디와 증산하려고 하는 러시아가 어떤 합의를 이룰지에 촉각이 모였다. 블룸버그도 "6일에 열릴 OPEC(석유수출국기구) 정상회의에 앞서 아르헨티나 G20 회의가 진짜 OPEC 회의가 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미국, 러시아의 부상에 이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예멘 내전 등으로 위축된 사우디의 정치적 입지도 OPEC의 역할이 약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중동, 아프리카, 남미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을 대변해야 할 사우디는 최근 자국을 둘러싼 대외악재를 해결하고자 미국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공연히 사우디와 OPEC을 유가를 올리려고 담합이나 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OPEC을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살만 사우디 국왕에 전화로 산유량을 증가하라고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즉 사우디는 원유시장에 대한 OPEC의 입장보다 미국과 사우디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무적 판단을 우선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960년대 중동 산유국의 정치·경제에 깊숙이 개입한 서방에 맞서 비서방 산유국의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OPEC의 설립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카타르가 OPEC을 탈퇴한 숨은 배경도 이런 맥락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카타르 관계자는 "이번 탈퇴 결정은 카타르 경제에 득이 되는 정치적인 결정이다"며 "우리는 시장에서 OPEC, 사우디 또는 러시아가 내린 결정에 따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카타르가 더 이상 OPEC이 필요없다는 뜻이며 60년간 견고했던 ‘석유 카르텔’은 위상 추락으로 최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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