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유라의 눈] 상장사 주주가치제고,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06 15:52

금융증권부 나유라 기자


"요즘은 기업들도 주주가치제고에 관심이 많아요. 스튜어드십코드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전화로 문의하는 것은 물론 아예 강연을 해달라는 분들도 있어요."

기업지배구조 관련 단체에 종사하는 한 취재원은 최근 기자와 대화하던 중 밝은 목소리로 이같이 밝혔다. 과거 주주와의 소통이나 배당확대 등 주주가치제고에 소극적이었던 상장사들이 최근에는 부쩍 달라졌다는 것이다.

상장사들이 주주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물론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 제도적인 변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제도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한다고 해도 상장사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없다면 원래 목적을 이룰 수 없다.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나 주주들을 적이 아닌 과실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생각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주주가치를 제고하려는 상장사들의 의지는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 매입 등이다. 지난 10월 국내 증시가 각종 악재로 휘청일 때 포스코, 넷마블, 오스템임플란트 등 다양한 기업들이 주가부양책을 발표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장사들의 올해 중간·분기 배당액은 지난해보다 무려 95.9%(42조5000억원) 급증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태도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얻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내놓는 이들이 많다. 물론 여기에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위기의식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만일 현재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상장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 표 결집을 위해 꼭 필요한 연기금 등 큰손들이 바로 상장사를 옹호한다. 이에 행동주의펀드는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도 점점 더 어려워진다.

물론 아직 해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기간도 짧고 배당여력도 크지 않은 편이다. 현대차증권이 2001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배당성향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16.7%로 남미 신흥국(48.4%), 상해종합(37%), 신흥국(35.8%) 등 글로벌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튜어드십코드는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했을 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초기단계다. 이것이 보편화되면 단순 주주총회 뿐만 아니라 상장사 스스로 조언을 구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를 찾는 일도 많아질 수 있다. 기관들은 일반 주주들보다 정보력이 많고 우군을 결집하는 것도 쉽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들도 얼마든지 기관들의 의결권 행사 내역을 투자 참고사항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는 보다 많은 상장사들과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주가치제고’로 더 많이, 크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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