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2018 세계원전산업동향 보고서' 저자 마이클 슈나이더
"작년 세계 원전 설비 순증 규모는 1GW 불과"
"원전 자체가 에너지 혁신 막는 장벽"
"원전 건설하려면 기후변화 문제부터 풀어야"

'2018 세계원전산업동향 보고서' 저자 마이클 슈나이더가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제 원전을 생물 종에 비교하면,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상태이다."

국제 에너지 및 핵 정책 전문가인 마이클 슈나이더(Mycle Schneider, 사진)는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슈나이더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국회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대표의원 우원식, 연구책임의원 김성환·김해영)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슈나이더로부터 세계 원전산업 동향과 탈원전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에서 ‘탈원전’이 정치 쟁점화 됐다. 세계적 추세는 어떤가?

▲ 국가별로 탈원전 정책이 수립되지 않은 곳도 있지만 자연적으로 탈원전에 접어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 건설되는 원전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각국 정책과 상관 없이 실제 가동되는 원전이 줄어드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원전을 생물 종에 비교하면,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상태이다. 판다 새끼가 동물원에서 태어난다고 해서 종 전체가 멸종 위기 종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원전도 제한적으로 건설되긴 하지만 이미 자연스럽게 쇠락하고 있는 추세이다.


- 원전이 평균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전 세계적으로 올해 건설이 시작된 원전은 4기에 불과하다. 2017년 기준 전년 대비 전 세계 원전 설비의 순증 규모는 1GW이다. 거의 원자로 하나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만큼 원전 비중이 작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발전량 기준으로 봤을 때 2007년을 0으로 삼으면 수력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지난 10년 동안 3,000TWh 증가했다. 원전은 오히려 110TWh 감소했다. 재생에너지가 증가한 양을 보면 천연가스나 석탄 증가량의 거의 두 배이고 수력의 3배다.


- 중국 원전은 왜 늘었나?

▲ 1980년대와 2000년대 후반에 중국이 원전을 많이 짓기 시작한 것은 석탄발전 일부를 대체하기 위해서였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수도, 도로 등 인프라를 구축했던 것의 연장선이었다. 중국의 영향을 제외하면 전 세계 원전 산업은 이미 사망한 상태로 볼 수 있다.


- 전 세계 원전이 줄어든 이유는 뭔가?

▲ 원전에 대한 관심 자체가 많이 적어졌고, 경제성도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된 원전 숫자와 비슷한 양의 원전이 건설된 때를 찾으려면 1950년대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최근 원전 증가분의 대부분은 중국이 차지한다.


- 프랑스 등 일부 선진국이 원전을 다시 확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인가?

▲ 사실관계가 조금 틀렸다. 프랑스는 과거 72%였던 원전을 50%로 감축하기로 입법화 했다. 최근 감축 시기를 늦춘 것이지, 원전을 확대한 것은 아니다.


- 최근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쳤는데 부결됐다.

▲ 대만 국민투표 결과가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거나 바꾼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프랑스와 비슷한 케이스로 시점만 바뀐 것이다. 대만은 법에 규정된 탈원전 시점이 2025년이었는데 이번에 이 시점 기준이 폐기된 것 뿐이다. 탈원전 정책이 바뀐 것은 아니다.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 원전은 깨끗한 에너지이기도 하지만 효율성, 경제성도 높지 않은가?

▲ 전력을 생산하는 원료 중 원자력이 가장 비싸다. 발전 원(源)별 균등화 발전비용을 보면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발전 원이 경제성을 향상시켜 비용을 떨어뜨려 왔는데 원전 만 늘어났다. 이러한 경제성 차이가 현재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건설비를 빼고, 운용과 유지 보수 비용만 계산해도 원전은 새롭게 만드는 태양광과 풍력보다 비싸다. 새롭게 짓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을 사용하면 기존에 건설된 원전이나 석탄화력발전보다 더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새롭게 원전을 건설하는 국가나 사업체는 없을 것이다.

마이클 슈나이더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원전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독일의 탈원전은 순조롭게 이뤄지는가?

▲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 2010년 후쿠시마 사고 이전과 2017년을 비교하면 독일에서 원전 발전량은 64TWh, 화석연료 발전량은 28TWh 각각 감소했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113TWh 늘었다. 그런데 독일에서 전력 순수출은 37TWh 증가했다. 그 결과 독일은 2016년 유럽의 전력 순수출량 첫번째 지위를 프랑스로부터 빼앗았다. 그 이후 두 나라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 그럼 독일의 탈원전에 한계가 없다는 말인가?

▲ 그렇지 않다. 기후변화 정책 측면에서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 화석연료발전이 감소했지만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갈탄 발전이 크게 줄지 않았다. 수출하는 전기는 일정 부분 재생에너지로부터 오지만 어느 정도는 여전히 온실가스를 내뿜는 갈탄에서 온다. 유럽에는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가 있지만 독일의 탄소세가 낮아 갈탄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원료도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화력발전소들이 유지되고 있다. 그렇지만 독일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유지되는 것은 야심차지 못한 탄소세 제도와 기후변화정책 때문이지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다. 전력 소비 문제도 있다. 2010년 대비 지난 7년 동안 전력 소비는 16TWh 감소했지만 충분치 않다. 여전히 에너지 소비가 많다. 물론 이 문제는 독일뿐 아니라 모든 국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 유럽 내에서 탈원전의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가?

▲ 유럽 국가에 새로 짓는 원전이 있지만 거의 무의미한 수준이다. 핀란드와 프랑스가 각각 1기, 슬로바키아가 2기를 건설하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 1985년부터 건설 중이다.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체코, 핀란드, 폴란드 등의 경우 원전을 짓게 된다 해도 작은 규모이다. 건설이 진행 돼도 트렌드가 바뀔 일은 없다.


- 일부 국가는 왜 신규 원전을 건설하려고 하는가?

▲ 하나의 정답을 말하기에는 복잡하다. 다양한 이유가 섞여있다. 원전 산업계의 로비, 부패, 군사적 의도, 정치경제, 재정 등 이유가 혼합돼 신규로 원전을 건설하는 국가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건설 계획이 발표된 원전의 상당 수는 그냥 말만 나온 것에 불과하다.


- 태양광과 풍력의 기술력은 에너지전환 시대에 채택할 수 있을 정도까지 도달했는가?

▲ 독일과 일본의 차이를 보면 탈원전이 에너지 부문에서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함을 알 수 있다. 독일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을 결정했다. 재생에너지 기술력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탈원전을 하지 않은 일본은 그러지 못했다. 기존에 존재하는 원전 자체가 혁신을 이끌어내는 걸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독일은 투자 확실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명확한 탈원전 플랜이 있으니 언제까지 몇 기가 중단되고 언제까지 몇 기가와트(GW)가 빠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시그널이 됐다. 또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합쳐져 혁신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됐다. 전력망, 제도개선, 스마트그리드, 4차산업혁명,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가 모여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갖춰졌다.


-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 한국전력의 지난 5년 주가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2016년의 거의 절반 정도로 주식가치가 하락했다. 심각한 문제이다. 투자자들이 한전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 전력회사들과 비교해봐도 한전은 여전히 독점을 유지하는 매우 예외적인 회사이다. 문재인 대통령 출범 이후가 아니라 그 전부터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거라 정권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에너지 혁신을 하려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새로운 행위자가 생기며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 과거 독점적 공급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다양한 소규모 전력이 공급될 거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갈 것이다. 이 시스템에서 한전의 독점은 정원에 공룡이 있는 것과 비슷하다. 너무 크고 느리다. 원전을 멸종위기 종으로 규정했다면 재생에너지는 생태계에 새로 들어온 외래종이다.


-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원전 가동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는데, 이런 상황도 탈원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 미국 과학자들이 원전을 건설하려면 일단 기후변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원전은 단위전력당 가장 많은 물을 사용하는 전력원이다. 이번 여름 프랑스에서 여러 기의 원전이 푹염 때문에 출력을 낮추거나 멈추는 경우가 있었다. 그 이유는 첫째, 환경을 위해서고 둘째. 안전성을 위해서였다. 환경적 측면은 냉각수로 쓰인 물을 방류할 때 맞춰야 하는 온도를 넘어서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물고기들이 죽음을 당할 수 있고 조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 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면 냉각수 효율도 떨어진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강물 양도 줄어든 상태라 온배수가 생태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마이클 슈나이더는...> 

매년 ‘세계 원전산업 동향 보고서’를 발행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연합 의회, 대학 등에 자문·강연 또는 증언하는 원전 등 에너지 산업 및 정책 분석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서울국제에너지자문단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인 2014년 한국을 방문, 문 대통령에 세계 원전산업 동향을 브리핑해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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