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배출가스 문제, 또 도마위…반복된 그들의 '수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07 14:06

피아트·지프·미니, 배출가스 문제로 연이어 과징금 철퇴
"과거 관행, 아직 떨쳐내지 못한 모습"


▲왼쪽부터 지프 레니게이드, 피아트 500X (사진=환경부)


피아트, 지프, 미니(MINI) 등 수입차 브랜드가 배출가스 조작 및 부품 미인증 문제로 환경부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이들은 과거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벤츠와 포르쉐가 행한 ‘몰래 부품 바꾸기’ 방식을 유사하게 변형해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한 성장세를 거둔 수입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한편, 보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무너진 신뢰와 소비자 주권을 바로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브랜드 피아트와 지프를 수입 및 판매한 FCA코리아가 지난 4일 환경부로부터 약 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피아트 500X ,지프 레이게이드 등 차량 2종에 대해 배출가스 수치를 조작해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서다.

이들은 과거 2015년 불거진 폭스바겐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과 유사한 방식을 사용했다. 실내 인증시험 조건에서만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 가동으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였던 것. 정작 실제 주행에서는 EGR 가동을 중단해 질소산화불 배출을 늘렸다. EGR은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다시 유입해 연소 온도를 낮춰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장치로, 2010년부터 경유차에 장착됐다.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된 차량은 2015년 3월∼2016년 7월 판매된 지프 레니게이드 1610대와 2015년 4월∼2017년 6월 판매된 피아트 500X 818대로, 모두 2428대에 달한다. 환경부는 이달 중으로 이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인증을 취소하고 문제를 야기한 수입사에 대해 결함 시정 명령, 과징금 부과, 형사 고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FCA코리아는 "지난 수개월 동안 환경부와 기타 정부 기관이 요청하는 방대한 자료 제출과 테스트에 성실히 협조했다"며 "이번 사안 또한 환경부 및 본사와 협의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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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지난 6일 수입차 미니를 수입 및 판매한 BMW코리아에게도 배출가스 관련 문제로 과징금 약 5억 3000만 원이 부과됐다. 환경부는 BMW코리아가 국내에 판매한 미니 쿠퍼 일부 차량 내 배출가스 관련 부품이 무단 변경된 것을 확인, 제작자 인증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미니 쿠퍼, 미니 쿠퍼 등 2개 모델(1265대)은 정화조절 밸브가 2014년 최초 인증 당시 부품보다 내구성이 약한 것으로 변경됐다. 이 부품은 휘발유 증발 가스를 엔진으로 보내 연소시키고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연료 탱크에서 휘발유 증발 가스가 방출될 경우, 호흡기 자극과 두통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사태 역시 지난해 유사한 사건이 이미 발생한 바 있다. 벤츠와 포르쉐가 기존 인증 제품과 다른 것으로 부품을 변경했지만 이후 별도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차량을 판매한 것. 이 건은 고의성 여부, 부품변경 인증에 대한 해석 범위, 단순 절차상 문제 등 여러 사안이 복잡하게 엮이면서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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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코리아는 "부품사에서 임의로 부품을 변경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마자 환경부에 보고하고 후속 절차에 착수했다"며 "이미 리콜 계획서를 제출해 애초 설계된 부품으로 교체하는 리콜이 서비스센터에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전에 수입차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졌던 부분이 아직 잔존하는 모습"이라며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환경적인 규제까지 만족시키려다 보니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추가로 달거나 연비가 낮은 사실을 그대로 노출할 경우, 상품성이 낮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환경부는 국내 소비자 수준이 높아진 만큼 더 이상 이런 사례를 눈감아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나타낼 필요가 있다"며 "자동차 제조사 역시 조작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연비와 환경을 둘 다 만족시키는 기술을 소비자 입맛에 맞게 어떻게 구현할지 노력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한편, 수입차 시장은 올해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1월 수입차 신규등록대수는 24만 25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 급증했다. 이 기세대로라면 올해 2015년에 기록한 연간 최대 판매량 24만 3900대를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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