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OPEC 감산 합의에도 불안한 유가...변수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10 10:22

WTI 내년 상반기까지 65달러 전망...70달러는 ‘먼산’
감산 결정에 러시아, 美 영향력 확대...불확실성↑
‘반미 성향’ 베네수엘라 석유장관 차기 OPEC 의장 선출
베네수엘라 입지 축소...‘증산 요구'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사. (사진=AFP/연합)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감산 합의에 성공했음에도 향후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반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합의로 공급 과잉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내년도 미중 무역협상, 미국 셰일가스 증산, 친환경 에너지 부상 등으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반미 성향을 가진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차기 OPEC 의장을 맡은 점도 향후 국제유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국내 증권사들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내년 상반기 배럴당 65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수준(배럴당 52.61달러)보다는 다소 반등하겠지만, 지난 10월 국제유가가 평균 70달러 중반대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 폭은 제한적이다.

우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가 내년 초부터 6개월간 일일 120만 배럴(OPEC 80만 배럴, 비OPEC 40만 밸러) 감산에 합의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일일 120만 배럴은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그간 국제유가를 눌렀던 공급과잉에 대한 부담을 다소 약화시킬 것으로 진단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WTI는 배럴당 50달러에서 하방을 확인했고, 유가 하락을 견인했던 공급 증가 우려도 완화되고 있다"며 "논란이 있었지만 OPEC+는 감산을 결정했고, 미국 셰일기업들의 손익분기가 WTI 52달러인 만큼 미국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에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3개월간 WTI 가격 추이.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변수는 단연 미국이다.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셰일가스 증산 속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 내년에도 글로벌 시장에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국제유가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OPEC+ 감산 결정에 러시아와 미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것도 국제유가 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OPEC+가 감산 합의에 진통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가 자국 감산 몫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OPEC 내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사우디아라비아는 반체재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배후로 지목되면서 입지가 좁아졌고, 러시아를 설득하는데도 난항을 겪었다. 사우디는 국제 사회 비난에도 자신을 두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김에 휘둘릴 수 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유가’를 고집하며 유가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OPEC 회의 전날인 5일(현지시간)에도 트위터 계정에서 사우디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 OPEC은 석유 공급량을 제한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며 "세계는 더 높은 유가를 보기를 원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에 하루 25만~30만 배럴을 줄여달라고 설득했지만, 러시아는 22만8000배럴을 감축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러시아와 사우디는 OPEC+의 산유량 조절 협정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고, 2017년 제1차 감산 때도 가장 많은 감산 할당량을 떠안았다. 결국 앞으로도 OPEC+ 결정에 미국과 러시아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제유가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6년 12월에 합의한 감산안과 비교했을 때 이번 감산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분석도 있다. 2016년 감산 당시에는 각 국가별로 감산 규모를 산정해 국가별 책임을 강화했다면, 이번 감산안은 국가별로 구체적인 감산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통해 사우디는 약 25만 배럴, 러시아는 22만8000배럴을 감산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했을 뿐 이를 공식적인 문서로는 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경제 위기를 겪는 베네수엘라, 리비아, 나이지리아는 이번 감산 합의에서 제외됐다. 이들 국가가 예외 조항으로 제시되면서 다른 국가들의 감산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아울러 반미 성향을 가진 마누엘 퀘베도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차기 OPEC 의장으로 선출된 점도 국제유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퀘베도 의장은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의 심복이자 군 장성 출신이다. 그는 평소 자신을 민중의 군인이자 차비스타(Chavista·고(故)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지지자)로서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자라고 밝혀왔다. 즉 퀘베도 의장 성향 탓에 향후 OPEC에 증산을 요구하는 미국과 OPEC 간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OPEC의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임 연구원은 "카타르의 OPEC 탈퇴 등 OPEC의 결속력이 약해지는 가운데 OPEC의 리더 역할을 해야할 베네수엘라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그가 OPEC 리더로서의 수행 능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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