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주기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 숨져…발전사 '위험의 외주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12 13:51
위험의 외주화

▲ 11일 새벽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 숨진 김모(24)씨가 안치된 태안의료원 장례식장 [사진제공=연합뉴스]


서부발전 태안 9·10호기 석탄운송설비 현장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다시 한번 발전사들이 ‘위험의 외주화’ 관행에 대한 지적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11일 오전 3시 23분 경 충청남도 태안군 한국서부발전 태안 9·10호기 석탄운성설비 타워(TT 04C) 현장에서 한국발전기술(주) 소속 현장운전원 김모씨(만 24세)가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한국발전기술은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석탄취급설비 운전 위탁회사이다. 지난해 11월 태안화력에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비작업 중 숨진 데 이어 1년을 주기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두 명이나 숨져 노동현장에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한 것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정의당 충남도당(위원장 장진)은 논평을 내 "이런 일이 벌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현장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은 이날 근로감독관을 현장에 보내 사고원인을 조사했다. 현장 조사결과 김씨는 이날 2인 1조로 근무하게 돼 있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용훈 근로감독관은 "하도급 회사들은 수익구조가 열악하다 보니 인력을 줄여 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회사의 법규 위반 여부에 중점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에 있는 장례식장을 찾은 동료들은 "회사 측에서 3년 전 현장인원을 15명에서 12명으로 줄인 뒤 사고 위험성이 상존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동료는 "석탄을 운송하는 컨베이어벨트가 길이가 수 ㎞에 달하고 속도감이 있어 야간 근무 때면 신경을 곤두세우곤 한다"며 "만약 이번 사고도 두 명이 근무했다면 사고 즉시 벨트 옆에 설치된 정지 버튼을 눌러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5개 화력발전사들이 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날 국감에서 이태성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개발발전지부 사무처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5600명의 노동자가 매일 죽음을 걱정하면서 일하고 있다"며 "제발 죽지 않고 일하게 해달라. 더는 옆에서 죽는 동료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사람이 죽어도 잘잘못을 가리고 징계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대한민국 공공기관 화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며 "업무지시는 발전사에서 직접 받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용역 계약 기준에 감점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협력업체는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사람이 죽어 나가도 그것을 숨기는 구조로 바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규직 안 해도 좋다. 더 이상 죽지만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 전체 재해자 중 협력업체 노동자가 95.7%를 차지했고, 한수원은 91.7%, 남동발전은 89.8%, 서부발전은 95.5%, 중부발전은 97.4%, 동서발전은 97.9%에 달했다. 남부발전은 모든 재해자가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정의당은 이번 사건에 관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작업장 안전환경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비정규직 노동자만 홀로 위험한 작업환경에 노출된 건 아닌지 명백히 밝히고,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엄정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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