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ㅣ인터뷰] 김종석 기상청장 "기후변화 전담부처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8.12.13 21:02

▲김종석 기상청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최근 들어 기상청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폭염과 혹한은 물론 태풍과 폭우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상정보에 대한 국민 만족도를 충족시켜 주는 일이 급선무이다. 정확하고 빠른 기상정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1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김종석 기상청장은 "기상정보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라며 "정확성, 접근성, 신속성 등 여러 차원에서 국민 만족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상과 기후에 대한 거버넌스 확대개편에 대한 의견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기후변화 대응 노력 업무가 외교부, 환경부, 산업부 등에 분산돼 있어 기후변화에너지 전담 부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청장은 "우선 기후변화 업무 효율화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국무조정실의 기후변화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추진하고,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 가칭 기후변화처를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현재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전 부처가 관련될 수밖에 없다"며 "녹색성장위원회가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외교부가 기후변화협상을, 환경부가 기후변화적응과 영향을, 산업부가 기후변화 감축과 완화를, 기상청이 기후변화 관련 과학 연구를 맡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하는 평가 보고서도 이런 방식으로 분류돼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과학, 기후변화 적응·영향, 기후변화 완화·감축에 관해 나뉘어 발간된다.

앞으로 전담 조직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했다. 김 청장은 "현재 국무조정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데 조직체계는 환경에 따라 계속 바뀌어야 한다"며 "과거에 환경문제 대응을 위해 환경부를 만들었듯 해당 조직이 필요하면 국가 차원에서 검토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종석 기상청장과 일문일답.


-지난 10월 인천 송도에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가 열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195개 회원국 합의로 채택됐다.


▲뜻 깊은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는 데 감개무량하다. 기상청은 그동안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미래 기후변화 전망 정보를 관계부처와 지자체 등에 제공해 기후변화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데 적극 노력해 왔다.

1.5℃ 상승 목표는 매우 도전적 과제라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의 근거가 되는 이산화탄소 농도 등 기후변화감시 역량을 국제수준으로 높여 고품질 정보를 생산·제공하고 종합적 기후변화감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겠다. 내년에는 지구대기관측 자료를 통해 대기, 해양, 생태계 등 핵심기후변화요소 종합 분석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얼마 전 기상기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기상기후산업의 현황과 한계점, 전망에 대해 알고 싶다.


▲올해 기상기후박람회 개최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박람회는 지난해에 비해 참여업체 14%, 참관객 10.3%가 증가했다. 90개 업체와 1만301명이 참가했다. 37억3000만원 계약상담 실적을 거뒀고 이 중 5억6000만원은 계약 예정이다.

우리나라 기상산업은 지속 성장하고 있는데 20인 미만 중소기업이 66%를 차지할 정도로 기업규모가 열악하고 총 매출액이 4077억원으로 선진국에 비해 영세한 수준이다. 기상청은 기상정보 활용 촉진과 유통 강화를 통해 장비업 중심 기상산업구조를 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4차 산업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시티 기상솔루션 등 광범위한 융합기상서비스 개발을 통해 기상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기상산업기술원장을 지내며 ODA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미 하드웨어 측면은 많이 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와 농업기상 등에서 이제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국격도 높일 수 있고 그 지역에 친한파를 형성하기 때문에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다


-황사와 미세먼지 예보를 위해 국립환경과학원과 기상청의 협력이 중요하다.


▲기상청은 2014년부터 미세먼지 예보 공동 생산 등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과 황사·미세먼지 부처 융합행정을 추진해왔다.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 환경기상통합예보실을 운영해 미세먼지 공동 예보를 생산했다.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경우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해 부처 간에 소통하고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민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각각 ‘주의보’와 ‘경보’ 2단계로 이원화돼 운영하던 황사특보와 미세먼지 경보를 ‘미세먼지주의보-미세먼지경보-황사경보’ 3단계로 통합했다.


-기상청은 지진, 폭염, 한파 등 위험기상이 예상되거나 발생하면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번 KT화재처럼 통신기지국 장애가 발생하거나 협업이 부족할 경우 대국민 알림 서비스에 한계가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응책이 궁금하다.


▲위험기상 재난문자서비스는 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기상청은 폭염, 한파 등 위험기상이 예상되거나 발생할 때 여러 매체를 통해 기상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방재 유관기관과 언론, 방재담당자를 대상으로 문자메세지,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한 스마트통보시스템, 팩스, 이메일, 홈페이지, 131 일기예보 안내전화 등 다양한 채널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지진의 경우 지난 6월 4일부터 이동통신사로 직접 지진재난문자를 전송하고 있다. 현재 기상청 재난문자시스템은 이통사 전용회선으로 연결돼 있고 이중으로 구성돼 운영 중이다. 통신국 장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장애지점을 우회하도록 해 재난문자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기상청은 서버상태와 통신연결 상태를 24시간 상시 감시하고 있으며 장애가 발생했을 때 알람을 통해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기상청과 SKT, KT, LG U+ 등 이동통신 3사 간에 장애 발생하면 즉시 비상연락망을 통해 실시간 상황 확인과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장애가 발생한 통신국사 신호를 송수신하는 사용자에 대한 대응은 이동통신사에서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이상기후 우려가 높아졌다. 올 겨울 한파 대응은.

▲올 겨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황 감시 강화와 예측시스템 개선, 국민 소통강화에 중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했다. 실시간 기상상황감시를 강화해 초단기 예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예보관에게 여러 가지 기상관측자료를 추가 제공하려 한다. 행안부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한 3000여개 폐쇄회로(CC)TV 자료, 모바일 기상관측차량을 이용한 특별고층관측자료, 고해상도 레이더자료의 강수형태 판별자료 등이 있다.

예보관이 신속하게 예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예보생산시스템도 개선했다. 특정 관측값 이상이 발생하면 위험기상 알람이 가도록 하고 레이더와 위성자료 기반 초단기 강수예측자료, 강수형태 실시간 판단을 위한 습구온도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수치모델 해상도도 개선됐다. 겨울철에 국민이 기상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대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날씨 홈페이지(날씨누리)로 바로 연결되도록 바꿨다.

▲김종석 기상청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지난 여름 태풍 솔릭에 대해 기상청이 강력하게 경고한 데 대해 국민 여론이 반반으로 나뉘었다. 대비태세를 갖춰 나쁠 것 없다는 의견과 예보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기상예보는 신이 아니면 100% 맞출 수 없다. 기상데이터나 컴퓨터 모델도 다 그렇다. 기상법은 국민 재산과 생명 보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빨리 예보하고, 강력하게 경고해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에 가장 적절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태풍 콩레이도 진로가 변경돼 부산보다 아래쪽을 지나갔는데 예보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국회에서 지적 받은 바 있다. 수정하지 않았던 것은 국민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미리 집중 대비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 대비태세를 갖춰 한 명이라도 구하고 재산 피해를 덜 수 있다면 이런 부분은 틀려도 충분히 욕 먹을 용의가 있다. 선진국은 태풍이나 토네이도로 대피 명령을 내렸다가 피해가 생각보다 적어도 국민이 이해하고 다행이라 여긴다. 물론 예측 정확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생명과 재산 보호가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지난 5일 새벽 우리나라 시간 기준으로 오전 5시 37분에 천리안위성 2A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궤도상 시험이 끝나고 최종 검토를 거친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위성관측 영상 방송서비스를 내년 7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천리안위성 2A호에 장착된 차세대 기상탑재체는 기존 기상탑재체에 비해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관측성능이 향상되고 기상산출물의 수가 확대됨에 따라 활용도 강화되고 활용분야도 다양해졌다. 천리안위성 1호에 비해 공간해상도는 약 4배 증가했고, 관측 주기도 전지구관측이 3시간에서 10분으로 빨라졌다. 관측 채널수도 3배 이상 향상됐다. 흑백영상만 볼 수 있었던 천리안위성 1호와는 다르게 컬러로 된 위성영상을 볼 수 있다. 특히 위험기상 예·특보 선행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실황감시 산출물’과 수치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한 ‘수치모델 자료동화 산출물’ 등 기상산출물 수가 16종에서 52종으로 증가했다.

기상재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2분 간격의 고속 관측자료를 활용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태풍의 경우 시·공간적 고해상도 입체정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태풍의 이동, 발달과 약화 등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위험기상 발생 2시간 이전부터 발생 가능성과 실황을 감시할 수 있는 위성 산출물을 통해 초단기 예보 지원도 강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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