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실태·임금 수준까지 공개…"익명 SNS가 고발 창구"
#1.‘땅콩회항’ 사건으로 유명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사건은 블라인드 앱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또 ‘물벼락 갑질’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건도 블라인드를 통해 그 실체가 밝혀졌다. 아시아나항공 갑질도 블라인드 앱을 피해가지 못했다. 승무원 교육생들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방문할 때마다 하트 세례, 율동 등을 하며 환영 행사에 참여해야 했다고 알려졌다.
#2.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의 폭언을 폭로하는 글도 블라인드를 통해 전해졌다. 윤 전 회장은 임직원들과 회의 중 실적이 부진한 임원들에게 욕설과 함께 "창밖으로 뛰어내려라" "6층이라 몇 층 내려가 뛰면 죽지 않고 다리만 부러질 것이다"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3.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최근 부당인사 조치 의혹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 게시글에 임신한 직원을 다른 지역으로 주재 발령 조치를 내렸다는 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글을 쓴 A씨는 "임산부임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매일 편도 두 시간 이상의 거리를 운전해서 활동하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업들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회사 내부의 민감한 정보나 사건 등이 공개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블라인드를 통해 직원 복지, 연봉, 영업 정책에 대한 불만에서부터 영업 압박, 성추행, 부당 인사 등 위험 수위의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 블라인드를 통해 자신이 당한 갑질 경험담을 쏟아내는 것이다.
블라인드는 원래 유사 직군 직장인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사 내 갑질 관련 제보의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을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 20대 명예퇴직도 블라인드에서 처음 알려졌다. 미투 사건 확산의 매개체 역할을 한 것도 블라인드다. 하지만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까지 무분별하게 게시되면서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순한 소문이나 루머를 올리게 되면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하락시킬 수 있고, 경영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는 익명으로 글을 올리기 때문에 게시자를 알아내기가 어렵다"면서 "사실과 다른 정보가 올랐을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은행권에선 블라인드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대응책을 마련한 바 있다. 은행들은 블라인드의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직원 징계 수준을 강화하거나 사내 익명게시판을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부 은행들은 직원 복무규율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문을 모든 영업점에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경제신문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