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바우라스테 북극경제이사회 의장 "개발만, 보호만 등 흑백논리 벗어나야"

일루리샛 빙산

탐험객들이 그린란드 일루리샛 빙산을 쳐다보고 있다.[사진=정종오 기자]


[누크·일루리샛(그린란드)=정종오 기자] "글쎄요. 변화하는 날씨로 이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하겠지요. (그린란드 일루리샛의)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바람이 많고 따뜻하고 눈도 오지 않을 겁니다. 날씨가 따뜻하면 겨울철 난방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이점이겠지요."

일루리샛에 살고 있는 소렌(Soren Rosbach) 씨의 말이다.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그의 솔직한 심정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린란드 시민들의 이런 인식은 정부 관료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핀란드인 테로 바우라스테(Tero Vauraste) 북극경제이사회 의장은 "개발만 한다거나 보호만 하겠다는 등의 흑백논리는 기후변화 대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전체 사회 구성원들이 기후변화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을 통해 통합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린란드 외무부에 근무하는 닉(Nick Baek Heilmann) 씨도 "그린란드는 기후변화로 북극항로가 개방돼 전 세계적으로 경제교류가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 새로운 항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극항로

북극권의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 항로’가 열리고 있다. 미국(NP)과 러시아(NSR)를 통과하는 두 길이 있다.[자료제공=그린란드 정부]


◇ 기후변화로 북극항로 열린다

그린란드 정부가 북극항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다. 그린란드는 아직 큰 비행기가 착륙할 만한 국제공항이 열악하다. 유일하게 수도 누크(NUUK)와 일루리샛(ILULISSAT) 중간에 위치한 캉거루수악(Kangerlussuaq)공항에 덴마크 코펜하겐을 오가는 큰 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다. 그린란드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대형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국제공항 3곳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사업에 중국이 적극 참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하늘이 열리면 그린란드 위상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구 5만6000명에 불과한 그린란드인데 하늘이 개방되면 전 세계 길목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비단길’에 비교되는 북극항로도 그린란드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는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유럽 등에 큰 매력 포인트이다. 북극항로는 크게 미국 영역을 통과하는 ‘NP(Northwest Passage)’와 러시아를 거쳐 북극해로 뻗어나가는 ‘NSR(Northern Sea Route)’이 있다. 그린란드 정부 측은 "미국을 통과하는 NP로 배를 운항하면 기존 파나마 운하를 통해 미국 시애틀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거리보다 25%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에즈 운하를 통해 로테르담에서 요코하마까지 가는 기존의 뱃길 대신 NSR를 이용하면 40% 거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란드 정부는 북극항로가 열리면 수도인 누크가 국제항구로 발전하는 것은 물론 전 세계 해상 물류 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루리샛 빙산

일루리샛 빙산도 기후변화로 최근 작아지고 줄어들고 있다.[사진=정종오 기자]


◇ 바우라스테 의장 "북극권 개발 중요"

바우라스테 의장은 "북극권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북극경제이사회는 이런 역할을 위해 만든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 미국, 러시아, 핀란드 등 북극권에 있는 나라들은 1996년 북극이사회를 만들었다. 북극이사회에서 2014년 북극경제이사회 조직을 신설했다. 바우라스테 의장은 "북극경제이사회는 무역자유화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고 예측 가능한 발전과 원주민 지원, 연구협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한국선주협회가 북극경제이사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바우라스테 의장은 "기후변화로 북극권이 큰 변화에 휩싸여 있다"며 "우리는 개발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개발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우라스테 의장은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북극권이 전 세계로 연결되는 것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연결성은 크게 두 가지이다. 데이터와 교통 분야이다. 바우라스테 의장은 "유럽과 아시아간 데이터 연결이 중요하다"며 "북극권은 여전히 데이터 연결이 되지 않는 지역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통 연결성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한반도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철도 통일을 논의했는데 앞으로 러시아와 유럽까지 연결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북극권 나라들끼리 연결성도 필요한데 현재 철도는 물론 선박을 통한 연결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극의 중요성에 대해서 바우라스테 의장은 "천연자원과 희토류 개발뿐 아니라 북극해는 전 세계 수산물의 14~15%를 차지하기 때문에 글로벌 수산물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우라스테 의장은 특히 미국, 러시아, 캐나다 등 북극권 중심 국가뿐 아니라 원주민 의견 수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극경제이사회에는 원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6개 원주민 대표기관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여기에 의장단은 북극경제이사회 의장 1명, 4명 부의장 등 5명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한 명은 반드시 원주민 사람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북극경제이사회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바우라스테 의장은 "현재 선주협회가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 대기업 등이 회원으로 참여해 북극권 개발 등에 투자하는 등 적극 동참하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바우라스테 의장은 "지구평균온도가 2도 정도 오르면 북극은 4~6도 정도 오르는 등 기온 상승폭이 가파르다"며 "북극권이 지금 지구 온난화로 큰 변화에 휩싸여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전 지구촌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우라스테 의장

테로 바우라스테 북극경제이사회 의장.[사진=정종오 기자]

북극항로가 열린다는 것은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돼 북극 해빙(海氷)이 많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온난화가 계속되면 북극은 21세기 말에 ‘얼음 없는 북극’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극은 매년 3월에 해빙이 최대 규모를 보인다. 9월에 최소 규모로 줄어든다. ‘개발만, 보호만’ 이란 이분법적 논리가 토론과 합의를 이끄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북극 해빙과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서 해당 지역이 아닌 남태평양 도서국들이 물에 잠기는 비극에 휩싸인다. 기후변화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촌 문제라는 인식은 여기에서부터 비롯된다.    

일루리샛 빙산

기후변화는 해당 지역에 새로운 삶을 요구한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이 높아져 남태평양 도서국이 물에 잠긴다. 고향땅을 버리고 이주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글로벌 이슈인 이유이다.[사진=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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