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좌측부터)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성수 이랜드 회장, 박성경 이랜드재단 이사장.



최근 재계에 ‘경영’과 ‘소유’ 분리하려는 오너일가들의 움직임이 속속 감지되고 있다.

작년 말 코오롱을 시작으로 국내 1위 바이오기업 셀트리온, 자수성가를 상징하는 기업 이랜드까지 그룹 오너 기업인들이 잇달아 경영권을 내려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점차 강화되는 대기업 규제, 천문학적인 상속세 부담 등을 오너들의 잇단 조기 은퇴, 그리고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 재계 거목 ‘조기 은퇴’ 행렬 줄이어

국내 경제계를 이끌어온 기업인들이 최근 비교적 이른 나이에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이웅열(62) 코오롱 전 회장을 비롯해 서정진(61) 셀트리온 회장, 박성수(65) 이랜드 회장, 박성경(61) 이랜드 부회장 모두 기업가로서 한창 노련미를 뽐낼 60대 초·중반에 퇴진을 결심했다. 재계도 각자의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온 수장들의 잇단 퇴진에 술렁였다.

서정진 회장은 최근 가진 신년 미디어간담회에서 내년을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은퇴 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기는 방식의 기업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강조했다.

앞서 올해부터 경영 은퇴를 선언했던 이웅열 전 회장도 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포하고, 경영권을 바로 아들인 이규호 전무에게 넘겨주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또 자신의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경영능력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 1월 현재 이 전무가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 관련 주식은 그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계열사 리베토의 싱가포르 법인 지분 13%가 전부다.

재계의 대표적인 ‘남매경영’ 이랜드그룹도 대대적인 경영체제 개편을 결정했다. 창업주인 박성수 회장과 그의 여동생인 박성경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계열사별 전문성과 리더십이 검증된 전문 경영진 중심의 독립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박 회장은 계열사·사업부별 자율경영이 이뤄질 수 있게끔 후방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차세대 경영자 육성에 전념하고, 박 부회장은 부회장직에서 물러나 이랜드재단 이사장을 맡기로 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들의 직급을 부회장 및 사장으로 격상해 경영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도 했다.


◇ 해외선 일반화…‘기업가 정신’ 희석 우려도

사실 유럽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로 운영중인 장수기업들이 상당하다.

17세기에 세워진 글로벌 제약사 머크(351년)를 비롯해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181년),쌍둥이칼로 유명한 헨켈(142년) 등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장수하고 있는 기업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오너일가는 대주주 역할을 하고, 경영권은 보다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에게 맡기는 형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국내기업들도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오너일가가 전권을 행사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스탠다드의 이사회 중심 경영에 대한 변화로의 촉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과 소유를 분리하면 기존과 동일하게 이익은 취할 수 있는 반면 책임에서는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야쿠르트나 풀무원 등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강화 강화하는 기업 규제와 이에 따른 부담감, 오너들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시각, 과도한 상속세 부담 등이 그룹 총수들의 퇴진에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주주 상속세의 경우 최고세율이 50%인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까지 더하면 최고 65%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실제 이웅열 전 회장은 퇴임사를 통해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게 살아왔지만 그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느꼈다. 그동안 금수저를 물고 있느라 이가 다 나갔다. 이제 그 특권도, 책임감도 내려 놓겠다"고 그룹 총수로서의 부담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서 회장 또한 바이오업계의 해묵은 숙제인 분식회계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온몸으로 견뎌왔고, 박성수 회장 역시 비정규직 파업사태를 비롯해 재무구조 개선 등으로 마음고생을 적잖게 해왔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경영세습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인식과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등이 오너들의 빠른 은퇴를 부추기고 있다"며 "다만 두 가지 방식 모두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십 기업의 경우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및 투자가 가능하고, 전문경영인 체제에선 실적 지표가 빠르게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오너들의 퇴진으로 국내 기업들의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진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신문=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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