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재건축 조합, 수익성 더 깐깐히 따져‥시공사 교체까지
올 정비사업 물량 ‘가뭄’…단속 눈치 ‘몸사리기’속 수주戰

지난 7일 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선정이 취소된 반포주공 1단지 전경.



재건축 조합이 잇달아 시공사 교체에 나서면서 재건축·재개발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도시정비사업 물량 자체가 줄어들어 건설사간 수주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조합들이 까다롭게 시공사 선정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관련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사업성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종전보다 더 수익성을 따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조합의 시공사 교체와 공사비 증액 반대 등으로 시공사와 갈등이 늘면서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시공사 교체와 더불어 올해 새로 시공사 선정이 예정된 곳에서도 입찰이 연이어 불발되고 있는 것. 정비사업 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점도 시공사들의 수주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 까칠해진 재건축 조합, 시공사 교체도 불사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택지구 재건축 조합은 임시총회를 통해 HDC현대산업개발(현대산업)의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다. 지난해 7월 현대산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지 약 6개월만에 결별을 선언한 것. 표면적인 이유는 특화설계 공사비와 공사 범위 등에서 양쪽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조합이 수익성을 놓고 당초보다 깐깐하게 계산기를 두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에 부담을 느껴 서둘러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익성에 대한 의문 불거졌고 내부 갈등이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반포 주공1단지 3주구는 공사금액이 8000억원이 넘어 지난해 서울에서 발주된 사업지 중 가장 큰 규모였다. 서울 강남권 요지의 대규모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는 것은 드문 경우로 그 만큼 사업성에 대해 조합이 까다로운 잣대를 대고 있다는 반증이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 쌍용1·2차는 아예 사업을 연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미분양 등을 우려해 시공사 의존도가 높았지만 재건축·재개발 사업지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조합들이 더 까다롭게 수익성을 따지면서 시공사들이 수주에 점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물량 줄어들어 수주경쟁 더 치열해 진다

올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시장은 전년보다 2조∼3조원 줄어든 20조원 내외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와 서울 강남 4구 등 인기지역 물량이 시공사 교체 또는 사업 연기 등으로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부진을 겪을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 수주 비리에 대한 사정기관의 조사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가 정비사업 수주 비리를 ‘생활 적폐’로 보고 강력하게 단속에 나서면서 건설사들이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달 11일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위반한 혐의로 현대·롯데·대우건설 법인과 임직원, 홍보대행업체 관계자, 조합원 등 총 334명을 무더기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등 재건축 조합의 주요 계약 과정에서 금품이나 향응 등을 제공(의사 표시나 약속도 포함)하거나 이를 받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 같은 정부의 단속 강화는 잇단 시공사 선정 유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재건축’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한화건설 한 곳만 입찰에 참여해 유찰됐다. 두개이상 업체가 입찰해야 유효경쟁이 성립하는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

지난 2일 마감된 인천 부평구 신촌구역 재개발 시공사 입찰 역시 롯데건설만 단독 입찰해 시공사를 찾지 못했다. 이 지역은 올해 인천에서 발주될 물량 중 가장 큰 4000여억원 규모에 달하지만 건설사들이 몸을 사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대치구마을 3지구 재건축 시공사 선정 역시 무산된 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주 가능 물량이 줄어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임에도 각종 규제와 단속으로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서울 비강남권과 지방 대도시로 수주 경쟁이 옮아 가면서 더욱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석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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