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기자의 눈

송진우 산업부 기자


1년 전 일이다. 비용 절감이란 구호 아래 세계적인 철강사와 조선사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했다. 그것도 같은 달, 단 하루를 차이로 사건이 벌어졌다. 24∼25일 이틀 만에 하청업체 직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새해 벽두부터 언론에 오르내렸다. 그렇게 잔혹했던 2018년 1월이 지나고 새로운 1월이 밝았다.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회사를 이끌 수장에 새로운 인물을 기용, 혁신을 꾀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CEO 자리를 꿰차고서 올해 처음으로 새해를 맞았다. 국내에서 업계 1위로 유명한 철강사와 조선사를 각각 맡은 CEO 어깨에 적지 않은 부담이 실렸을 테다.

긴장감은 이들이 발표한 신년사에서 역력히 드러났다. 최 회장은 ‘승풍파랑(乘風破浪)’ 사자성어를 새해 경영화두로 제시했고, 한 사장과 가 사장은 ‘다시 일어나 세계 제일 조선 해양!’ 슬로건을 내세웠다. 그리고 한 가지, 양측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안전이란 가치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약속했다. 포스코는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현대중공업은 첫 번째 경영방침으로 확립했다.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스코 혹은 현대중공업 소속 직원도, 이해관계가 얽힌 하청업체 노동자도 아니지만 올해만큼은 무(無)사고 사업장 구현이란 목표가 성취되길 바란다. 권오준 전 포스코 회장이 사고로 숨진 직원의 장례식장을 찾고, 강환구 전 현대중공업 사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안전한 일터 조성’ 약속을 1달도 채 못 지켰다는 식의 기사가 인물만 바뀐 채 되풀이되지 않길 기원한다.

마침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정됐다. 1990년 한 차례 개정된 이후 철옹성(鐵甕城)처럼 깨지지 않았던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바뀌었다. 더 빨리 바뀌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사고 발생을 야기한 기업에 혹독한 벌을 내리기 위한 내용을 함의했지만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법의 취지도,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CEO 약속도 종국에 한 가지로 귀결된다. 위험에 처한 직원을 살리자는 것이다.

포스코, 현대중공업이 맡은 임무가 막중하다. 글로벌 무역전쟁,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신흥국 부채부담 가중, 수년째 이어진 조선해양 불황 등 올해 부정적인 요소가 산재한 상황에서 업계 1위란 위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안전까지 챙겨야 한다. 많은 인력 투입이 필수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에 해당해 부담이 적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다. 왕이 되려는 자,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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