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콧대 낮춘 애플, 위기 벗어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19.01.11 09:03
[칼럼=강헌주 논설위원] 애플은 독특한 회사다.

초대형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타 기업과의 협업에 소극적인 전통은 그대로다. 또 불친절한 마케팅이나 홍보도 여전하다. ‘우리 제품이 최고다’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 굳이 부차적인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제품만 좋으면 소비자는 알아본다"라는 우직한 마케팅 전략을 고수해왔다. 사람으로 치자면, 똑똑하긴 하지만 남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타입이라고 할까.

이러한 전통은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개인성향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잡스는 애플의 아이폰(iPhone)과 맥(MAC) 컴퓨터, 아이패드(iPad),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 서비스 ‘아이튠즈(iTunes)’ 등을 새롭게 선보일때마다 독창적이고 고유한 철학을 강조했다. 애플 제품에는 ‘감성이 담겨있다’라는 인식을 대중에게 심는 데 효과를 보기도 했다. 이는 애플이 고가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애플은 충성심 높은 사용자들이 애용하는 ‘덕후 브랜드’에 가까웠다. 애플 소프트웨어 운용체제는 오직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하도록 폐쇄적 생태계를 고집해왔다. 경쟁 브랜드와의 잦은 법적 충돌도 그들의 폐쇄적 경영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애플은 자국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IT박람회인 CES에도 한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박람회 IFA,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등 굵직한 글로벌IT행사에도 애플은 얼굴을 비친 적이 없다. 자사 신제품이 나올 때만 자국내에서 행사를 가질 뿐이다.

마케팅과 홍보도 폐쇄적이다. 국내에서 아이폰 TV광고는 이동통신사와의 협업을 통해 진행한다. 이때문에 갑질논란이 있어왔다. 충성스러운 팬덤을 갖고 있는 애플이기에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을의 수모를 견뎌야 했다.

국내 소비자에 대한 홀대는 악명 높다. 아이폰 출시 시기나 AS 등에서 국내 사용자들은 차별받아 왔다. 애플이 운영하는 ‘스마트폰 보험’ 서비스인 ‘애플 케어플러스’는 국내에서 운영되지 않는다.

고집스럽게 그들의 경영전략을 고수해 온 애플이 최근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모았다.

11일 폐막하는 CES 2019에서 애플은 모습을 드러냈다. 부스를 차리거나, 공식행사에 참가한 것은 아니다.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와의 협업 사실이 행사 시작 전 공개되면서 애플은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경쟁자들의 전격적 협업에 IT업계는 놀랐다.

전통적으로 CES에서 가장 주목받는 가전제품은 TV다. TV의 강렬한 시각적 효과 때문에 업계는 물론이고, 관람객들도 TV브랜드 부스를 많이 찾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메인 부스를 유치하는 것도 이러한 홍보효과 때문이다. 애플은 CES 메인 무대에 조연으로 등장하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각 사의 스마트TV에 각각 아이튠즈·에어플레이2, 홈킷·에어플레이2 탑재 사실을 알렸다. 애플이 다른 브랜드 기기에 소프트웨어를 개방한 것은 애플뮤직을 제외하고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또 애플은 CES 메인 행사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가 내려다 보이는 한 호텔에 대형 광고를 게시하기도 했다.

애플이 이처럼 콧대를 낮춘 것은 최근의 위기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애플은 ‘차이나쇼크’와 신제품 아이폰 XS시리즈의 판매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사후 혁신에 소홀하며, 안주했던 결과가 아닐까. 협업과 광고에 공을 들인다고, 애플이 현재의 위기를 탈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애플의 매력은 도도함에 있다. 비싸게 팔더라도 제품에 혁신이 담겨있으면 소비자는 알아본다. 현실에 안주하고 혁신을 멈춘다면, 애플의 영화는 과거에 머물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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