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고용 조정...수출과 소비는 견조한 흐름"
리스크 관리 최선...혁신성장 대책 차질없이 추진
▲반도체 칩. (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기획재정부가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기획재정부는 11일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관해 "전반적으로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고용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美中 무역갈등, 반도체 업황 등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에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지속"이라며 대외 경제 상황 전반을 거론한 점과 대비된다.
최근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특정 업종을 지목해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그린북에서 경제 상황 전반을 종합평가하면서 반도체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고광희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니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재부는 반도체 업황으로 인해 수출 전망을 바꿀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고 과장은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서는 긍정적 소식도 들리고 있으며 관련 여건이 변함에 따라 수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더 시간을 두고 점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출하지수는 작년 11월에 전월보다 16.3%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2월에 18.0% 감소한 후 9년 11개월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8.7%나 감소했다.
그린북에 따르면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가운데 생산·투자·고용·수출 지표가 최근에 통상의 비교 기준에 비춰볼 때 악화했다.
전산업생산은 작년 10월에는 전월보다 0.8% 늘었으나 11월에 0.7% 감소로 전환했다.
광공업은 제조업·전기·가스업 등 부진의 영향으로, 서비스업은 금융·보험·부동산 등의 부진으로 각각 감소로 돌아섰다.
작년 11월 설비투자는 5.1%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 투자가 모두 줄었고 건설투자 역시 감소했다.
고용은 작년 12월 취업자가 1년 전보다 3만4000명 증가했고 이에 따라 연간 취업자 증가 폭은 2017년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9만7000명에 그쳤다.
또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속보치에 따르면 이번 달 1∼10일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7.5%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는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27% 넘게 급감했다.
주요 지표 가운데 소비는 개선했다.
작년 11월 소매판매는 승용차, 통신기기 등 내구재와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 판매가 늘면서 전월보다 0.5% 증가했다.
다만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작년 11월까지 8개월째,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째 각각 하락했다.
기재부는 "적극적 재정 운용, 양호한 수출·소비 등은 긍정적 요인이나, 고용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지속,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등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대책 및 저소득층·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경제 역동성·포용성 강화를 위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속도감 있게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경제신문 송재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