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김지현·박소은·박경준·고한승·부서훈 ‘꿈을 꿀래요’ ‘한반도여’ 등 11곡 연주

김지현

소프라노 김지현이 작곡가 성용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꿈을 꿀래요’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에너지경제신문=민병무 기자] 첫만남, 첫느낌, 첫사랑...

세상에 ‘처음’처음 설레는 말이 또 있을까. 소프라노 김지현이 "어둠이 깊을수록 빛나는 / 밤하늘 별들을 보았죠 / 눈보라 속에서도 웃으며 향기 날리는 /매화를 생각했어요"라고 첫 소절을 부르자, 작곡가 성용원의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다.

초연(初演). 자신이 만든 신작가곡을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대다. 멋진 음악을 선사하고 싶어 직접 피아노 반주까지 맡았다. 기분 좋은 긴장감 덕에 손가락은 더 유연하게 건반에서 춤을 추었다. 성용원의 유려한 선율에 김지현의 맑고 밝은 목소리가 얹혀졌다. ‘꿈을 꿀래요(서영순 시)’는 정말 꿈꾸듯 그렇게 관객 가슴을 파고 들었다.

"힘들고 지칠 때 노래를 불러요 / 밤하늘의 별, 향기 나는 매화 / 영롱한 무지개를 꿈꿔요" 두 사람이 펼치는 환상의 호흡은 어느새 힐링송이 되었다. 또 ‘힘내세요 힘내세요’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응원의 노래가 되기도 했다. 만든 사람도, 부른 사람도, 듣는 사람도 모두 브라보 브라바다.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이 7일 열린 돌체 마티네 콘서트에서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음악칼럼니스트 이준일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진행하는 ‘제69회 돌체마티네 콘서트’가 7일 서울 서초구 로얄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날의 주인공은 작곡가 성용원. 예술성과 작품성은 말할 것도 없고, 진취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정신까지 더한 그의 노래 11곡이 연주됐다. 그 중 6곡이 신작가곡이다. 작곡가의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여 ‘한겨울 가슴 따뜻한 음악 이야기’라는 타이틀에 딱 들어맞는 공연이 펼쳐졌다.

김지현은 ‘꿈을 꿀래요’에 이어 역시 이날 첫 공개된 ‘봉정사(서영순 시)’에서도 베테랑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곡에 대한 뛰어난 해석력을 바탕으로 깨끗하고 정확한 딕션을 구사해 노랫말이 귀에 착착 감겼다. 조용히 흐르고 빠르게 뛰는 부분의 맥을 정확히 짚어내며 자신만의 색깔을 덧칠했다.

서영순 시인은 노랫말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꿈을 꿀래요’의 원래 제목이 ‘긍정의 노래’였다고 말했다. 이어 "스승인 박동규 시인에게 ‘선생님, 제 시 좀 봐주세요’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며 ‘제목이 뭐 이래요’ 하면서 즉석에서 ‘꿈을 꿀래요’로 고쳐줬다"고 밝혔다. 박동규 시인도 이 노래에 일정 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또한 ‘봉정사’에 나오는 "대웅전 팔작지붕 용마루 / 청기와 한 장 햇살에 반짝이고"의 청기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세월의 두께 뒤집어 쓴 거무스름한 기왓장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이 한장의 청기와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지난 1999년 봉정사를 방문했을 때 기념으로 직접 자신의 이름을 사인해 놓은 기와란다.

부서훈

테너 부서훈이 장윤진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한반도여’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테너 부서훈은 ‘사랑이 가네(소울 시)’에 이어 ‘한반도여(김홍국 시)’를 노래했다. 정치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김홍국 교수(경기대)가 노랫말을 붙인 ‘한반도여’는 웅장한 기상이 느껴지는 서사적 스타일이 돋보인다. "불러라 서울이여 평화의 소망을 염원하라 / 달리는 철마의 꿈, 달려라 철마여 / 외쳐라 평양이여 화해의 열망을 소리치며 / 다져가는 날틀의 힘, 다져가는 날틀아 / 서로 나눠라 휴전선이여 분단의 아픔을 끊어내고 / 통일 이룰 한민족이여" 가사 한줄한줄에 힘찬 기운이 꿈틀댔다. 최근의 남북화해 트렌드에 맞물려 앞으로 빅히트할 노래 1순위다.

박소은

소프라노 박소은이 성용원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오동도’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소프라노 박소은은 ‘바람의 저편(이승원 시)’을 부른 뒤 사무치는 그리움을 절절하게 묘사한 ‘오동도(이승원 시)’로 감동을 줬다. 여수 출신인 그의 목소리에 실려 "동백꽃 머금은 바다"가 공연장 안으로 밀물같이 들어 왔다. 그는 세차례나 드레스를 갈아입어 미니 패션쇼까지 선물했다.

6곡의 신작가곡뿐만 아니라 나머지 5곡의 노래도 행복했다. 박소은과 부서훈은 암울한 시대를 뚜벅뚜벅 걸어가는 의지를 담은 ‘눈 감고 간다(윤동주 시)’를 이중창으로 선사했고, 김지현은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표현한 ‘바람이 잠든 곳(이승원 시)’을 연주했다.

박경준

바리톤 박경준이 장윤진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간장’을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고한승

바리톤 고한승이 장윤진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아버지의 마지막 면도’를 부르고 있다.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무게감 느껴지는 두 바리톤의 노래도 단연 엑설런트였다. 엄청난 가슴에서 뿜어 나오는 보이스를 자랑하는 박경준은 ‘바람(천성희 시)’과 ‘간장(탁계석 시)’을 불렀다. 특히 "이 싱거운 놈아 싱거운 놈아 / 멀대같이 싱거운 놈아 간을 쳐"로 시작되는 ‘간장’은 듣기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났다. 양명문 시·변훈 곡의 ‘명태’에 버금가는 해학적인 가사가 돋보였다.

그냥 울컥했다. 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샹송가수로 유명한 바리톤 고한승이 ‘아버지의 마지막 면도’를 연주하자 먹먹했다. 벽초 김종섭의 시에 눈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열다섯, 첫 면도할 때 느껴지던 따뜻한 사랑 / 열일곱, 내 볼 만지며 수염 깎아주던 아빠의 손길 / 만개고랑 이루며 흐르는 세월 / 아빠 기대 사랑에 등 돌리고 / 자주 찾지 못하고 임종에 서야 / 난생 처음 깎아보는 아버지의 수염 / 용서해주세요 아버지 / 회환과 후회의 눈물이 / 비눗물 되어 면도하네 / 불초 용서해주세요 / 흐느끼자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엔 / 한줄기 흐르는 아버지의 눈물 / 불초 용서해주세요 / 흐느끼자 그윽히 바라보는 눈엔 / 한줄기 물기 흐르고 / 다튼 입술 여시고 미안하다 아들아 / 다튼 입술 여시고 미안하다 아들아/ 더욱 죄스런 마음 / 아버지 사랑해요" 2분 20초 가량 펼쳐진 고한승 스타일의 노래는 매력적이었다. 앞으로 5월이면 어김없이 불릴 노래다.

피아니스트 장윤진은 성용원과 번갈아 가며 반주를 맡았다. 출연한 성악가들의 장점을 살려주는 솜씨를 뽐냈다.

전체사진

7일 작곡가 성용원 초청 돌체 마티네 콘서트를 마친 뒤 출연자들이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리톤 고한승, 소프라노 김지현, 작곡가 성용원, 바리톤 박경준, 소프라노 박소은, 테너 부서훈, 피아니스트 장윤진.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출연자전체

7일 작곡가 성용원 초청 돌체 마티네 콘서트를 마친 뒤 출연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시인 이승원, 테너 부서훈, 피아니스트 장윤진, 작곡가 성용원, 시인 서영순, 소프라노 김지현, 소프라노 박소은, 바리톤 박경준, 시인 김홍국, 바리톤 고한승, /사진제공=김문기의 포토랜드


성용원은 음악회 중간중간 한국가곡에 대한 사랑을 부탁했다. 그는 "가곡발표회라고 하면 으레 최영섭, 이수인, 이안삼, 임긍수, 신귀복 등 원로 작곡가 선생님들의 작품만을 생각한다"라며 "40대인 저처럼 현재 젊은 작곡가들도 열심히 가곡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단절된 세대를 통합하는 통섭의 음악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벌써 다음 신작발표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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